우리 동네 ‘운동 짱’ 주부들이 추천하는 운동은?

“주부들의 고질병, 운동으로 고칠 수 있어요~”

2016-04-10 00:56:01 게재

겨울을 지내고 돌아보니 늘어난 뱃살에 화사한 봄옷을 꺼내 입기가 망설여집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운동을 결심했지만, 종목만 열심히 골라대고 있는 당신을 위해 우리 동네 운동짱 주부들이 운동 조언을 해주었답니다. 운동을 통해 아름다운 몸매와 건강, 활력까지 되찾은 운동짱 주부들의 운동 처방을 들어보았습니다.

마라톤과 연애하는 주엽동 박은주씨
“와아~ 함성 내지르며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기를 받아요”

광화문 동아마라톤 스타트 라인에서 만난 박은주(52세)씨는 들떠 보였다. 평소 골프와 장구, 벨리댄스까지 두루 섭렵할 만큼 스포츠광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종합검진으로는 이상 소견이 없었으나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일터인 미용실과 집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자신을 돌보지 않은 대가였지만 약의 부작용은 심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깬 어느 겨울 새벽, 잠옷 위로 웃옷만 걸친 채 양말도 신지 않고 호수공원으로 뛰쳐나갔다. 소리 지르고 울며 뛰다보니 2시간이나 지나 있었고, 거짓말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것이 마라톤과의 첫 만남이었다는 그는 올해로 3년차 ‘달림이’다.
42.195km를 완주하고 나면 죽을 것 같은 고통도 한순간 다 사라지고 세상을 통째로 얻은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 맛에 마라톤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웃는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힘들었던 증상들이 차츰 호전되다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건강해졌다고 한다. 묵은 것들을 길에 다 버리고 오면서 시작되는 매일 아침은 가볍고 경건하기까지 하단다.
■ 추천이유 : 특히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체력조건만 된다면 뛰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심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탁구로 통통 튀는 일산동 황정숙씨
일찍 찾아온 오십견, 탁구 치면서 날려 보내


“갱년기가 시작 됐던 건지 40대 초반에 갑작스럽게 퇴행성관절염과 오십견이 불청객처럼 찾아왔어요. 헬스장에 다니며 에어로빅도 하고 이런저런 운동을 해봤지만 별 차도가 없었지요. 밤에 자다가 어깨가 아프면 남편이 주물러 줘야 잠을 잘 정도로 많이 아팠어요.”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배우게 된 황정숙(56·주부)씨는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탁구가 벌써 15년을 넘어간다.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매일 3시간가량 운동에 매달렸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어깨가 아프지 않은 것이 신기해서 계속 할 힘이 났다.
탁구의 장점인 민첩성과 순발력이 늘고 근육이 붙는 것을 느낄 즈음 어깨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상태까지 좋아졌다. 아픈 상황에서 시작한 운동이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탁구는 노인들에게도 잘 맞는 운동으로 ‘강추’ 한다는 황정숙씨. 생기 넘치는 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비결을 물어온다고 한다. 건강도 되찾고 인기도 얻게 해준 탁구. 그래서 일까? 탁구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 추천이유 :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고 강도를 조절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다. 오십견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팀 운동으로 공감대를 느껴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음악줄넘기로 마음도 몸도 훨훨 일산동 안유진씨
건강은 기본, 리듬감에 젊음까지 유지

안유진(37·주부)씨는 3년 전만해도 가사일 하나하나가 고역이었다. 육아와 살림이 힘들다고 느낀 것은 어깨와 팔의 이상을 느끼면서부터다. 빨래를 널 때도 어깨가 무거워서 저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중 초등학생 딸이 친구들과 운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저 정도라면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딸의 친구 엄마들도 내심 같은 생각을 했던 터라 함께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음악줄넘기는 흥겨운 음악과 동작이 결합돼 리듬감을 갖게 됐고 운동 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특히 제자리 뛰기로 전신의 군살이 빠지고 어느새 근육이 단단히 붙게 됐다. 목 디스크와 어깨 결림 증세가 나아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주변에서는 요실금도 치료됐다는 소식도 듣곤 한다. 약간의 지도만 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전천후 운동이고 최신음악을 항상 접하니 마음도 젊어진다고 한다. 덕분에 딸과의 대화도 다양해져서 사춘기 걱정도 덜하게 됐다. 연령에 맞게 강도를 조절하며 지속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음악 줄넘기가 ‘짱!’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봄기운이 가득했다.
■ 추천이유 : 가사로 인한 어깨, 목 근육, 팔 등의 근육통이 완화된다. 최신 음악을 접하니 생동감이 넘치고 자녀와 대화거리도 많아진다.

수영 마니아 가좌동 홍진숙씨
“수영장은 나만의 물속 한의원, 수영은 운동 아닌 생활이죠”

홍진숙(62세)씨는 일산으로 이사 온 22년 전에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포츠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대로 초급, 중급, 고급 순서를 거쳐 강습을 받다 13년 전부터 혼자만의 수영시간을 갖고 있다.
아침 6시 30분은 그가 물을 만나는 시간이다. 그가 수영하는 패턴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우선 40분 동안 배영을 하며 온몸의 근육을 풀어준 후 본격적인 ‘물속 운동’을 40분 한다. 걷기, 다리 찢기, 윗몸일으키기, 물구나무서기는 그가 주로 하는 자세다.
물속에서 하는 스트레칭의 장점을 묻자, “물 밖에서 하는 것보다 힘들지 않고 온몸에 긴장을 풀어준다. 사실 나는 이 운동을 ‘아침마다 오는 한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홍진숙씨는 “아침에 일어나 어깨가 아프면 어깨 근육을 푸는 동작을, 다리가 아프면 다리근육을 풀어주는 동작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다”며 “수영이 특별히 해야 하는 운동이 아닌 생활”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운동은 의지의 문제다. 의지를 갖고 시작하면 그것이 즐거움이 되고 생활의 일부가 되어 삶이 풍성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 추천이유 : 관절에 무리 없이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전신운동이고, 물속에서 하는 스트레칭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매일매일 몸이 가볍다.                                   

문소영 유혜정 김미경 리포터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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