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 전산장비 업체와 유착 의혹

2016-05-04 10:45:32 게재

6순위 받고도 공사 따내

지난해 수성구 사업 수주

정황증거·증언 잇따라

대구시가 시내버스 안내기 먹통사고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 버스운영과 담당공무원 L씨가 전산장비와 프로그램(미들웨이 업그레이드)공급 낙찰업체와 유착돼 있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내일신문 4월 29일 4면, 5월 2일 4면 참조>

L씨는 시내버스 안내기 먹통 사고 후 "A업체는 모르는 업체이고 최근 장비도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산장비 유지관리업을 하는 A씨는 "대구시 버스운영관리시스템(BMS)담당공무원 L씨는 지난해 8월 2016년도 예산편성(8억2000여만원) 기초작업을 하면서 A업체 직원에게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BMS센터 현장을 확인시켜주고 견적작업을 의뢰하는 등 수시로 자문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씨는 또 올해 초 예산 집행(사업발주)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면서도 A업체 직원을 수시로 동행시켜 BMS센터를 출입하게 했으며 안내기 먹통사고 직전에도 작업원칙을 어기고 낮시간에 단독으로 BMS센터 전산서버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다른 업체 B씨는 "담당공무원이 A업체를 끼고 다녀 지난 3월 입찰된 장비도입과 프로그램 교체사업을 A업체가 수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입찰 전부터 나돌았다"고 말했다.

L씨는 장비와 프로그램교체를 공개제안경쟁입찰로 하는 관행을 깨고 물품조달 구매로 입찰을 의뢰해 전국에서 상당수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했다. 그러나 당초 소문대로 장비와 프로그램 교체 모두 A업체가 수주했다. 입찰결과 선순위 업체 대부분이 특별한 이유없이 실적심사를 포기했고 A업체는 4순위(프로그램)와 6순위(장비)인데도 낙찰자로 선정됐다. 장비도입에 응찰한 2순위 업체는 실적인정여부를 두고 L씨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L씨가 지난해 수성구 근무 시 통합백업시스템 구축 서버를 발주했을 때도 A업체가 1억9450만원에 수주했다. A업체는 지난 2014년 3월 설립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소재 신생 중소기업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물품구매로 입찰했는데도 A업체는 대다수 선순위 업체가 실적심사를 포기한 덕분에 낙찰자가 됐다"며 "가격 50점, 물품이행실적 20점, 기술인력 5점, 시설장비보유 5점, 경영상태 20점 등으로 평가하나 실적 심사에서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면 낙찰될 수 없고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되는 입찰구조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버장비 입찰에 응찰한 한 업체는 납품 실적인정을 두고 심사자인 L씨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적격심사를 맡은 L씨가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를 비롯 전국 지자체가 모두 인정한 실적을 계약목적물과 동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해주지 않아 행자부에도 질의도 하며 3주정도 다투다가 포기했다"며 "이런 식으로 담당공무원이 억지를 부리면 사업자가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회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두 개의 입찰에서 적격심사 선순위 업체 8개 중 7개사가 심사포기를 했고 적격심사를 했던 1개사도 가격점수에 밀려 후순위 업체가 낙찰자가 됐다"고 말했다.

담당공무원 L씨는 이에 대해 "업체선정 관련은 회계과에 문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의 지시로 지난달 29일부터 버스안내기 먹통사고 원인규명과 버스운영시스템 장비도입 입찰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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