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제조건이 필요하다│③ 회생가능한 기업에 집중해야
"정부가 먼저 할 일은 실업대책"
좀비기업 연장시키는 수단되어선 곤란 … "구체적 액션플랜이 중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되 구체적인 판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가장 정확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입김이 커지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권력에 연줄을 단 '좀비기업'이 회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또 실업대책 등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을 줄이는 데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아직도 실업대책은 검토단계 = 본격화되고 있는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부가 정작 주력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대책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될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정미화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은 "정부가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파생될 실업문제"라면서 "줄도산이 예상되는 하청기업들, 노동자들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제도적 절차와 기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기업 회생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실업대책과 지역경제 안정화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실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포함한 정부의 실업대책은 아직 검토단계 수준이다.
실업대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태스크포스(TF)도 이제야 구성 단계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만 해도 2019년까지 인력 2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10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 중인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역시 대규모 감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 위기 업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기본 계획만 발표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검토단계다.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올 지역경제 안정화 대책은 아예 감감 무소식이다.
◆"좀비기업 양산해서는 곤란" = 기업 구조조정에 수조단위 공적자금이 투입되는만큼 회생 가능한 기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특히 구조조정 주체나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를 사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투입된 혈세가 좀비기업의 수명연장에 쓰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망해가는 기업을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해 살리려 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할 경우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기존 기업을 청산한 뒤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출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부실에 직간접 책임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채권은행이나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크다. 이 때문에 '독립적 정부기구를 만들어 새로운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2009년 미국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에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할 당시 최고경영자를 퇴출한 뒤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사례도 있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안보인다 = 정부 구조조정 계획에 액션플랜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재 구조조정은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닌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중요한 것은 액션플랜을 어떻게 짜고 실천에 옮길 것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조선업을 가장 잘아는 산업부가 조선업 산업구조개편안을 내고, 해운은 해양수산부가 안을 내서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어떤 방향의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액션플랜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돈을 넣겠다는 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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