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막으려 러·이란에 도발"

2016-05-30 10:45:16 게재

브라질 지정학전문가 페프 에스코바르 주장 … 군사, 경제, 외교 등 전방위 공격

 

미국이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신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좌절시키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도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브라질의 지정학 전문가인 페프 에스코바르가 29일 온라인매체 '스트래티직컬처' 기고문을 통해 주장했다. 2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일대일로에 참여를 표시한 국가와 국제조직은 74개국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미 34개국이 중국과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세계1위 강대국인 미국이 결코 앉아서 두고볼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다음은 에스코바르의 기고 전문.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점차 러시아를 향해 동진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첨단 초음속미사일 배치로 NATO의 예봉을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이지스 방어시스템을 해양에서 육지로 신속히 전환배치하고 있다. 기존 패트리어트미사일 방어시스템이 러시아의 신형미사일에 무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지스는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보다 30% 가량 성능이 좋다.

하지만 러시아 초음속미사일을 막기엔 사정거리가 제한돼 있다. 이를 보완하는 성능이 업그레이드된다면 러시아에 큰 위협이 되겠지만, 성능향상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러시아 5세대 지대공미사일인 S-500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F-22, F-35, B-2 스텔스기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달걀로 바위깨기가 될 것이다.

2020년 실전배치될 S-500은 최대 600㎞ 거리에서 200㎞ 고도의 탄도미사일 10개를 동시에 요격하는 성능을 갖춘 최첨단 미사일로, 레이더 시스템 탐지거리가 850㎞에 달하고, 마하 5 이상 속도의 극초음속비행체 요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구호가 '러시아의 침공'(Russian aggression)이다. 이 구호를 통해 미 국방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수혈받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연속적인 군사도발을 감행하며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향한 이지스 방어시스템의 배치는 거대한 반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카드로 지은 집" 폄하 = 중국을 향한 공격은 경제난국을 주제로 한다. 서구언론들은 중국을 카드로 지은 집(House of Cards)으로 묘사하며 곧 허물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실질 부채비율이 23%라는 추측에서부터 220%에 달한다는 예상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 어떤 수치든 중국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중대한 위험요소는 아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로서 내부제어가 그 어느 나라보다 굳건하다.

중국은 미 달러를 비롯한 선진 각국 통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약 3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중국은 이를 발판으로 진짜 '카드로 지은 집' 즉, 미국의 달러경제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패권에서 벗어난다면, 부채규모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위안화를 대거 찍어내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바로 그 행태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그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회원국들은 점진적으로 자국 통화의 국제결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스위프트(국제은행간 통신협회)와 국제결제은행(BIS)을 우회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들 나라가 미 달러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기타 나라들을 규합하는 순간, 미 달러 표시 채무는 의미를 잃게 된다.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서구 언론들이 중국 부채문제를 주기적으로 거론하지만 그들은 형평성을 잃었다"며 "중국부채엔 중앙정부와 지방성, 시 단위, 기업, 해외소재 은행까지 모두 포함하면서, 자신들은 중앙정부만의 부채를 갖고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전체적인 자산 규모는 60조달러, 반면 외채규모는 약 11조달러에 이른다"며 "현금 등 유동성자산이 3조6000억~4조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모두 중국 지도자들이 재량적으로 쓸 수 있는 금액으로 서구 어떤 나라 정부보다 상황이 좋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생산과 공급, 물류, 가치사슬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 참여국이 쇄도한 이유다.

미, 우방과 이란 밀월 극도경계 = 서구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각국이 이란에서 사업을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말전도다. 미국은 유럽 각국이 자신의 뜻을 배신하고 이란과 사업을 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인도는 23일 이란 차바하르 항구 개발에 5억달러를 대는 협정을 맺었다. 인도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나가는 인도판 신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인도와 이란의 협상 타결 직후 미 국무부는 "양국의 계약 내용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상원은 인도가 대 이란 국제제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러시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란의 국가정상화 과정을 막는 것이다. 이는 한 가지 목표로 귀결된다. 중국의 야심찬 계획 '일대일로'를 좌절시키는 일이다. 미국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유라시아 장악을 막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미국의 뻔히 보이는 수에 눈 뜨고 당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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