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실 몸통은 청와대와 금융당국"
대우조선 부실 이면에 정치권·국책은행 '낙하산 인사'
"감사원 면피용 감사 대신, 국회 차원 조사 나서야"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감사원이 칼을 빼들었다. 대우조선해양 등 해운·조선업 부실화 책임선상에 있는 정책금융기관과 금감원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시기도 적절치 않고, 기업부실을 규명할 의지도 보이지 않아 '꼬리자르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정작 기업부실을 규명할 핵심열쇠인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대주주로서 책임이 크지만 더 큰 책임은 금융당국과 청와대"라면서 "이 부분을 제대로 짚지 않으면 원인규명도, 제대로 된 해법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13년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산업은행 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STX조선해양을 추가 지원할 것을 요구받자 면책을 보장해달라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면서 "국책은행과 금융당국, 청와대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후 STX조선해양은 4조5000억원을 수혈받고도 지난달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중복에 뒷북 감사" 지적 = 감사원은 이번 특별감사의 목적을 '기업금융 리스크 실태 점검'으로 정했다. 앞서 감사원은 산은과 수은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5조원의 적자를 숨겨온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관리와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 의혹으로 각각 감사를 벌였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원 특별감사가 중복에 뒷북감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희생양'을 찾아 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금융당국, 서별관회의 등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이들 기업이 부실화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STX조선에 4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2013년 4월, 45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한 2015년 채권은행단 결정이 서별관회의 직후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와중에 전격 실시된 특별감사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보신주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연말 유사한 사안으로 감사를 받은 적 있어 '표적·중복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친 것도 정부와 채권단이 보신주의로 일관하며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 한다더니 '낙하산' = 이런 와중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이목이 쏠린 대우조선해양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대우조선은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조선업과 무관한 경력에 박근혜 대통령이 설립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 '정피아'논란이 제기됐다. 조 변호사는 논란이 일자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실제 기업 부실화의 핵심원인으로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가 손꼽힌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새롭게 임명된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인사 18명 중 12명이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권 출신 낙하산이었다. 신규 임명된 사외이사 18명 중 절반 이상인 10명이 소위 정권과 관련된 '정피아'로 분류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자리가 정권의 보은인사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정권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사외이사는 총 11명으로 낙하산 사외이사는 7명(63.6%)이었으며, 7명 중 5명이 정피아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도표 참조). 대우조선해양에 임명된 사외이사는 7명 중 5명이 낙하산(71.4%)이었으며 5명 모두 정피아였다.
산은의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거세다. 산은이 최대주주로서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산은 회장은 정권 실세거나 대선 공신으로 채워졌다. 산은 임원들 역시 낙하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5년간 산업은행 출신 인사 19명이 구조조정 작업을 한 뒤 해당 기업의 상근감사, 재무담당 부사장 등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청와대발 낙하산 바람을 타고 자리 나눠먹기에 혈안이 된 셈이다.
박상인 교수는 "감사원이 정치권과 국책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국회 차원의 조사라도 해야 한다"면서 "기업구조조정에 수조원대 혈세를 투입하겠다면서 원인규명마저 흐지부지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감사원, 구조조정 7개기관 감사] 깃털만 건드리는 '뒷북감사'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