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핵심 '청와대 서별관회의' 주목

2016-06-02 11:09:01 게재

금융정책 컨트롤타워 부실 조장할 땐 앞장

책임론 불거지면 숨어

#1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서별관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미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결정하고, 산업은행은 통보받는 식이었다"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한 전직 산업은행 간부가 토로한 말이다.

#2 2013년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STX조선해양을 추가 지원할 것을 지시받자 면책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STX조선해양은 4조5000억원을 수혈받고도 지난달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관치금융부터 없애라│지난달 24일 산업은행 본사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규모 지원이 청와대와 금융위 주도로 이뤄진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구조조정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 지원과정에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역할과 책임론이 주목받고 있다.

회의록, 청와대기록물에서 빠져 =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로도 불리운다. 청와대 본관 서쪽 회의용 건물인 서(西)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97년 김영삼 정부에서 경제 관련 법 개정과 같은 사안의 쟁점을 조율하기 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에서 회의를 열었던 것에서 시작했다.

역대 정부 고정 참석 멤버는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다. 사안에 따라 다른 당국자들도 합류했다. 보통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의 좌장 역할을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이 대통령과 총리가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동이나 정부 부처 회의실에서 할 수 있는 회의를 왜 서별관에서 할까.

보안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청와대 경내이면서도 회의록이 대통령 기록물에 남지 않는다. 이 회의 자체가 비공식 회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편법 시비'가 뒤따른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 회의에서 대우자동차,제일은행,하이닉스반도체 등 처리방향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회의의 주요 안건은 서별관회의에서 미리 조율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부동산 대책, 신용불량자 문제 등이 이곳에서 협의됐다. 이명박 정부 땐 서별관회의 참석멤버들은 매주 화요일 이곳에서 현안을 논의했다.

책임질 땐 안보이는 '서별관' =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서별관회의에서 경제금융정책의 중요사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해양의 처리방향이 논의됐고, 여기서 대통령이나 금융당국의 의지가 정책금융기관에 전달되는 채널로 활용됐다. 서별관회의에선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국회에 회의록을 제출할 의무도 없고, 대통령기록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큰 방향이나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문제도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구조조정 관련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자, 산업은행 노조는 "먼저 서별관회의부터 감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부실기업 지원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핵심사안을 결정한 회의를 감사하지 않고선 '꼬리자르기'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문제가 된 기업의 부실화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곳이 서별관회의였고 여기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의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부실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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