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개혁보다 시급한 관료개혁

2016-06-16 10:55:01 게재
1만4000개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구조조정 이슈가 본격화되고, 빅3노조의 구조조정 반대와 파업결정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조선 산업 개편에 대한 전망은 꽤 오래 전부터 진전되어 오던 터라 정부주도로 다소 긴박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드라이브이나, 이를 힘으로 막겠다고 나서는 중이다.

2인 1조의 안전수칙이 무시된 채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열아홉살 어린 청년이 사망한 구의역 사건의 처리를 두고 새삼 위험업무의 하청이 조명되고 이에 따른 특별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1인 승무제 이후 연이어 자살한 지하철 기관사 문제로 크게 논란이 되면서 노조는 2인 승무제를 무시한 탓이라며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을 전개하는 것까지 보도가 있었지만 그후 어떠한 대책이 마련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만이 좋은 정부의 합법적 목적"

"전통적 산업의 쇠퇴와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한 해고 현실화"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대량 상실" "노동법 규제를 회피하는 하청화와 중대재해 빈발" "반인간적 작업환경으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권 위협" 등 응당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고용노동 아젠다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의제화된 산업구조변경으로 대량실업이 다가오고, 대기업과 공공기업이 위험 작업을 외주화하고, 안전규칙을 무시한 일터에서 청년이 죽어나가고, 비인간적 작업환경에서 자살하는 일터의 문제. 모두 우리를 참으로 불행하게 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1809년 토머스 제퍼슨이 선언한 "국민의 삶과 행복을 돌보는 것만이 좋은 정부의 합법적인 목적"은 2015년 UN이 발행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의 화두로 던져진 문구다.

2012년부터 UN의 행복과 복지에 대한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발간되기 시작한 이 보고서는 주관적 행복이라는 개념을 GDP, 사회적 지원,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기대기간,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의 자유, 자유로움, 정부와 기업의 부패정도 등의 요소로 지표화했다.

우리나라는 125개국 중 47위를 차지했다. 1위 스위스나 상위를 차지한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들과 14위 맥시코, 22위 오만, 38위 타이완, 심지어 44위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산다는 뜻이다.

OECD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2015년 OECD가 발표한 BLI(Better life Index)지표에서 우리나라는 36개 나라 중 28등을 해 우리나라의 삶의 질 수준이 OECD 최하위 권임이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가 어려움이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이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에 관해 묻는 사회관계망에 부문에서 36위를 차지한 부분이다. 고용관련 지표 중 장기실업 부문 1위가 무색하게 성별격차 부분에서 36위, 삶의 만족 부분에서 36위를 차지하는 등 특히 여성차별과 삶의 질 부문에서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료조직 비효율성이 노동시장 경직성보다 더 큰 문제

OECD가 발표한 이 지표는 우리 정부에게 사회관계망을 회복하고, 남녀격차를 해소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우선순위를 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OECD가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관료조직의 효율성이 노동시장 경직성에 비해 더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지적한 점도 뼈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노동개혁도 좋다. 그러나 먼저 보다 나은 삶, 행복한 일터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