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산 참치 사용안해 '독도참치' 상호 무효" 판결 논란
200곳 가맹점둔 업체 '날벼락' … "기술상표와 임의등록상표 혼돈"
상표권자인 '독도참치'는 전국 200여곳 가맹점을 두고 연 매출 1000억원 가량을 올리는 프랜차이즈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독도참치란 상호를 아무나 사용할 수 있게 돼 해당 업체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덕규 변리사는 "애초 특허청의 상표등록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기술상표와 임의등록상표를 혼돈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주목되는 대법원 최종 판결 = 1999년 강동구 길동에 처음 문을 연 '독도참치'는 중저가 참치전문식당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그후 2010년 12월 서비스표(상호)를 출원해 2013년 8월 등록이 됐다. 서비스표란 상표법에 의해 서비스업을 하는 자가 자신의 서비스업을 타인의 것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을 말한다.
그후 '독도참치'는 일부 가맹점이 '재계약 없이 상호(서비스표)를 계속 쓰고 있다'며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해당 가맹점 업주들이 '독도참치 상표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상표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특허심판원은 '독도참치' 프랜차이즈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10월 특허심판원 제3부(심판장 이영대 심판관)는 "(등록)심사당시 '독도참치'는 이미 참치전문식당체인업으로 국민들에게 오래 전부터 인식돼 있어 상표로 등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뒤집었다.
6월 17일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이정석 판사)는 "이 사건 등록 서비스표는 단순한 참치 전문식당체인업이 아니라 독도 근해 참치를 사용한 참치전문 식당체인업으로 상표법 제6조 제2항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고, (상호로 사용할 수 없는) 제6조 제1항 제3호(그 상품의 산지를 상표로 등록한 경우) 또는 제4호(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돼 그 등록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독도참치' 한 관계자는 "상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산인삼' 안되고, '독도인삼' 돼 = 최덕규 변리사('법, 말장난의 과학' 저자)는 "상표무효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도참치'와 같은 상표를 지리적 명칭 상표(지명상표)라 한다. 최 변리사는 "지명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그 지명이 지정상품(또는 서비스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삼을 생산하는 업자가 '금산인삼'이라는 지명상표를 등록받고자 한다면 이는 등록받을 수 없다. '금산'은 인삼재배로 유명한 지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금산'은 '인삼'의 산지(産地)이기 때문에 인삼과 관련성이 있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없다.
'금산인삼'과 같은 상표를 상표법에서는 '기술상표(記述商標)'라 한다. '금산'이 '인삼의 산지'를 기술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술상표에 해당하는 지명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는 '그 상품의 산지, 품질 등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변리사는 "다른 예로 '독도인삼'의 경우, 독도와 인삼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런 상표를 '임의선택상표'라 하는데, 이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트', '뉴욕제과', '서울우유', '부산파이프'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명상표'이지만 '임의선택상표'이기 때문에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도산 참치사용' 표현 의문 = 그렇다면 '독도참치'는 어떨까. 최 변리사는 "독도가 참치로 유명하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독도참치는 '임의선택상표'이기 때문에 먼저 선택한 자에게 상표등록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도참치'는 특허청 등록과정에서 '임의선택상표'가 아닌 '기술상표'에 해당돼 등록을 거절당했다. 대신 특허청은 '기술상표'라고 판단하면서도 상표등록 출원전부터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상표법 제6조 제2항)에 해당된다며 상표 등록을 인정했다.
최 변리사는 "더 큰 문제는 '독도참치'가 등록될 때 있었다"며 "지정서비스업을 '참치전문식당체인업'이라면서도 괄호 안에 '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으로 표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비스표(상호) 등록원부(등록번호 제0267446호)에 따르면 '독도참치'는 굵은 글씨체의 '독도참치'란 상표와 함께 지정서비스업으로 '참치전문식당체인업(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 '참치전문간이식당업(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허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이란 표현은 특허청 심사과정에서 심사관의 요청에 따라 기재됐다. 출원인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등록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다.
'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이란 표현은 참치의 산지를 의미한다. 즉 '독도참치'는 '참지의 산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기술상표에 해당돼 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애초 '참치전문식당체인업'으로 표기한 것이 적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참치전문식당체인업(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으로 표기함으로써 오히려 등록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등록을 해준 것이다. 최 변리사는 "이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특허청은 본지의 확인요청에 대해 "심사관의 의견제출통지서에는 식별력이 없다는 거절이유만 통지하고 있을 뿐, '독도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의 추가를 요청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독도가 참치산지라는 두 판결 = 특허청이 '독도참치'를 '참치전문식당체인업(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으로 상표등록을 해줬기 때문에, 논란이 야기됐다.
'독도참치' 상호 무효소송을 제기한 가맹점 업주들은 "독도 근해에서 어획되는 참치는 물론, 국내산 참치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독도참치'측에서는 "독도산 참치를 사용했다"며 상표등록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 독도 근처에서 참치가 잡힐까.특허청은 독도를 참치의 산지로 판단했다. 2015년 10월 특허심판원 제3부는 판결문에서 "참치 주산지로 알려진 아오모리현이 속한 일본 해안에서 참치가 많이 잡히고 있고,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인한 수온 상승과 참치가 회유성 어종임에 비추어 독도 근해에서 참치가 잡힐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를 보더라도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참다랑어를 포함한 다랑어 총 어획량이 2012년 665톤, 2013년 502톤임을 알 수 있어 독도가 위치한 동해안에서의 참치 어획량이 미미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허법원도 독도가 참치의 산지라고 판단했다. 6월 17일 특허법원 제4부는 판결문에서 "독도참치는 지정서비스업과 관련해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그 상품의 산지를 상표로 등록한 경우) 또는 제4호(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해 그 등록이 무효"라고 밝혔다. 또 특허법원은 특허청이 수용했던 제6조 제2항에 따른 식별력도 부인했다. '독도산 참치를 사용하지 않아, 독도산 참치를 사용하는 참치전문식당체인업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지는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독도와 참치는 '무관'" = 하지만 실제 독도는 참치의 산지가 아니다. 수산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경우 거의 대부분 다른 고기와 함께 섞여서 잡혀 유통되고 있다"며 "참치횟집에 공급될 정도로 크기도 크지 않고, 양도 적다"라고 말했다. 독도에서 잡은 참치를 쓰지 않았다는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참치와 독도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최 변리사는 "독도 근해는 차치하고 국산 참치도 없는 실정에서 '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이란 표현 때문에 '독도참치'를 무효로 해서는 안된다"며 "기술상표와 임의선택상표를 이해한다면 '독도 근해에서 어획한 참치를 사용함'이란 표현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고, '독도참치' 그 자체가 상표등록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독도참치'는 임의선택상표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오래 전부터 인식돼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심판원이 엉뚱하게도 그렇게 판단해 문제가 됐고, 특허법원도 이를 문제삼아 상표등록을 취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술상표와 임의선택상표를 올바로 구분하지 못해, 200여곳 가맹점을 두고 연 매출 1000억원을 올리고 있는 상표권자가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