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마다 '동물복지' 마케팅

2016-07-19 10:22:24 게재

관악구 반려동물 활용한 정서지원사업

성북구 길음2동에는 '사회복지 공무견'

강동구 '생명존중문화' 배우는 매개로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강아지를 돌보게 됐어요. 동물과 어울리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릴 것 같아요. 2학기부터는 토끼도 키울 거예요."

서울 삼성고등학교(관악구 대학동) 2학년 이영주 학생. 이달부터 심리상담 교사와 함께 강아지를 돌보기로 했다. 강아지는 낮에는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에 친구가 되고 저녁이면 영주네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버려진 강아지가 아동·청소년과 홀몸노인 마음친구로 거듭나고 있다. 관악구는 학교 내에 동물사랑방을 만드는 한편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들이 동물을 매개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작했다. 성북구 길음2동은 유기견을 '사회복지 공무견'으로 임명했는가 하면 강동구는 초·중학생에 생명존중 문화를 가르치는 매개로 활용 중이다.

서울 관악구가 유기견을 돌보다 얻은 강아지를 지난 14일 주민들에 분양했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과 분양받은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 관악구 제공


관악구는 지난 3월 반려동물팀을 만들고 '반려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면서 버려지는 동물도 많아지고 공동주택 내에서 소음이나 냄새 등으로 인한 다툼 등 문제도 확산되고 있어 아예 전담 부서를 만든 것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구에 등록된 반려동물만 1만 마리가 넘는다"며 "반려동물로 인한 여러 갈등과 문제점을 해결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과 손잡고 4월 시작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 강좌나 학교 동물사랑방은 그 일환이다. 특히 삼성고등학교 강아지는 버려진 유기견을 돌보다 얻은 생명이라 더 의미가 있다. 구는 지난 4월 국사봉 정상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듯한 포메라니안을 몇달이나 봤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 당시 임신한 상태이던 유기견은 한달 뒤 강아지 5마리를 낳았고 구는 지난 14일 입양을 희망하는 주민들에 분양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물을 매개로 한 자원봉사자 교육도 시작했다. 40시간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홀몸노인이나 한부모가정 자녀 등을 찾아갈 예정이다. 아이들이 생명존중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여름방학을 이용한 어린이 동물교실, 초등학교로 찾아가는 동물보호교육을 계획 중이다. 22개 초등학교 가운데 신청을 받아 학교 내 동물사랑방도 확대한다.

성북구에는 '사회복지 공무견'인 '기르미'가 있다. 재개발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길음2동에서 지난해 6월 발견된 강아지를 유기견보호센터에 보내기 전 동주민센터에서 보호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사람을 잘 따랐다. 홍동석 당시 길음2동장이 홀몸노인 가정 방문때 데리고 나섰더니 반응이 남달랐다. 공무원 방문에 관심도 없던 노인들이 기르미만은 챙겼다. 홍 동장은 기르미를 명예공무원으로 임명했고 기르미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할 때 동행하는가 하면 '웃음교실'에서 보조를 하는 등 '공무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재개발로 울적해진 동네 분위기를 띄웠다는 평가까지 받는 기르미는 지난해 8월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어미가 됐다. 기르미 2세는 주민 가정에 분양돼 또다른 마음친구 노릇을 하고 있다.

강동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생명존중 문화를 알리는 매개로 반려견을 활용하고 있다. '찾아가는 동물학교'는 동물이 보호해야 할 생명이라는 인식, 동물과 사람이 조화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의 장이다. 구는 3년 전부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일찌감치 '동물복지'를 행정에 접목하기도 했다. 버려진 고양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동물을 사랑하는 주민간 갈등 해소를 위해 시작한 사업은 올해 저소득층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 길고양이 임시보호센터, 반려동물문화축제 등으로 확대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 국민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 마하트마 간디를 인용하며 동물복지를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반려동물 문화에서 비롯된 동물 유기나 길고양이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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