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구조 제대로 보자 ①

30년간 공급과잉-설비부족 '되풀이'

2016-07-21 12:41:48 게재

전력 넘치면 '발전설비 억제·폐지' … 예비율 부족하면 'LNG발전소 건립'

요즘 전력수급체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방침과 여름철 수급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시민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소 추가 감축과 원전폐지를 주장한다. 국회는 전력설비 과잉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공급과잉→공급설비 부족(예비율저하)→공급과잉→공급설비 부족 현상이 반복돼 왔다. 전력산업구조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본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임시회에서는 현재 전력공급시설이 과잉이라며 추가 발전소 건립을 자제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부의 과다한 전력수요 예측으로 예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니 수요전망을 다시하고 발전소 건립을 억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피크타임 전력예비율이 15%를 넘어서자 "불필요한 시설로 국민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제동에 나선 것이다.



◆1986년 61.2% vs 2012년 5.2% =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런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일신문>이 전력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1986년 이후 최근 30년간 전력수급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공급과잉→공급설비 부족(예비율 저하)→공급과잉→공급설비 부족' 현상이 반복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1986년 당시 전력 공급능력은 1598만kW, 최대수요는 992만kW로 전력예비율이 61.2%에 달했다. 1987년 전력예비율도 51.5%였다. 지어져있는 발전소 절반 이상이 가동하지 않은 채 멈춰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력예비율은 1991년 5.4%로 떨어졌고, 급기야 1994년 2.8%(공급능력 2743만kW, 최대수요 2669만kW)까지 내려갔다.

설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전기 1~2기만 멈춰서도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3년 후인 1998년 전력예비율은 14.9%로 올랐고, 2003년 17.1%를 기록하며 안정을 유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조금씩 하락하던 전력예비율은 2011년 5.5%로 떨어지며 9.11 대정전 사태를 초래했고, 전력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2012년엔 5.2%까지 내려갔다.

◆1994년 발전소 폐지까지 = 이 기간을 분석해보니 공교롭게도 전력예비율이 최대치를 기록한 후 8년이 지나면 수급위기가 찾아왔고, 이로부터 3년이 지나면 다시 안정단계에 진입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예비율이 치솟으면 공급능력(설비)을 억제하고, 예비율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건설기간이 짧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서둘러 건설해왔다"며 "때문에 공급과잉-공급설비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LNG발전소는 착공후 완공까지 2년6개월~3년 소요되는 반면 유연탄발전소는 4~5년 걸린다.

실례로 전력예비율이 61.2%, 51.5%까지 올랐던 1986년과 1987년 이후 신규 가동된 발전소는 1988년 1기(한울원자력 1호기), 1989년 3기(합천수력 1·2호기, 한울원자력 2호기), 1990년 0기, 1991년 4기(강릉수력 1·2호기, 주암수력 1·2호기)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매년 증가한 공급능력이 0~105만kW에 불과했다.

나아가 1994년에는 왕십리내연, 부평DG, 온수GT, 한림내연, 남강수력 등 발전소 5기(127MW)를 폐지했다.

이에 전력예비율은 1994년 2.8%로 급락한 후 1995년 7.0%, 1996년 6.2%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졌다.

◆LNG발전, 냉·온탕 왔다갔다 = 예비율이 하락하자 계획돼 있던 화력발전소외에 LNG발전소가 대거 건립된다. 1996년 일산복합2호기, 포스코복합2호기를 비롯 1997년 분당복합 2호기, 신인천복합 1~4호기 등 LNG발전소 8기가 가동에 들어갔다. 이 해에 신규 가동을 시작한 발전 용량은 657만kW에 이른다. 1998년에도 대산복합, 울산복합 1호기 등 367만kW의 발전기가 새로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전력예비율이 다시 상승점을 찍은 2003년에는 부산복합 1·2호기만 건립하는 등 신규 설비 증설이 주춤했다.

압권은 2011년이다. 9.11 대정전 이후 전력예비율이 2011년 5.5%, 2012년 5.2%로 내려가자 건설공사 기간이 짧은 LNG 발전소를 또다시 집중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에 2014년 준공된 LNG발전소는 안동복합, 율촌복합2호기, 포천복합 2호기, 포스코복합 7·8호기, 평택복합 2호기 등 9기에 이르고 총 증설설비가 866만kW에 달했다. 2015년에도 346만kW의 발전소를 새로 지었다.

이렇게 급하게 지었지만 2014년 이후 전력예비율이 안정세를 보이자 LNG발전소 가동률은 뚝 떨어진다. 전력소비 증가율도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망치에 못 미쳤다.

이에 전력수요 재전망과 발전소 신규증설 억제 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전력산업구조 제대로 보자' 연재기사]
- ① 30년간 공급과잉-설비부족 '되풀이' 2016-07-21
- ② '친환경이냐, 싼 요금이냐' 공론화하자 2016-07-22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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