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우디아라비아
저널리스트 눈에 비친 사우디의 그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국가들 중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사이다. 아랍권의 최대 교역대상국이자, 우리 필요량의 1/3을 들여오는 최대 원유수입국이다. 좀더 길게는 7080년대 '중동 붐'의 핵심무대였다. 뿐만 아니라 UN 등 국제무대에서 주요 우방국이고, 한류의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런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솔직히 단편적인 데 불과하다. 메카와 메디아의 이슬람 성지가 있는 나라라거나, 9·11테러의 오사마 빈 라덴의 조국이라거나, 억만장자 왕자들이 오일머니로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나라 정도다. 하지만 이런 지식은 '장님의 코끼리 다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속내를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이자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을 지낸 캐런 엘리엇 하우스가 쓴 '사우디아라비아'가 그것. '중동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표제가 붙었다. 이 책은 저자가 기자출신답게 사우디아라비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왕족과 극빈자, 보수적 종교지도자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까지 만난다. 아니 서구의 여성 언론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활용해 일반 남성들 뿐 아니라 보통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며 아바야(히잡의 한 종류) 속에 숨겨진 그녀들의 생각도 담아낸다. 그런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에 담긴 정보는 팔팔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 책에 담긴 사우디의 모습은 '붕괴직전의 소련'을 연상시킬 정도로 취약하다. 지금 사우디는 부패했고 병들어 있는 데다, 왕자만 7000명이 넘어 왕위계승문제 등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나마 오일 머니로 지탱하던 경제는 세일혁명으로 인한 저유가로 침체 일로에 들어섰다.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서 아랍권 내 맹주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과연 사우디는 어디로 갈까.
물론 이 책에는 서구적 시각의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도 튀니지나 이집트, 리비아와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왕가가 돈으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 위기를 넘겼다'고 기술한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윌리엄 행달은 이미 공개된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를 분석한 후 '당시 미국은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3개 국가에 대해 정권교체 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한다. 실제 '아랍의 봄' 당시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축출됐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제거됐다. 반면 사우디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우디는 '미국의 동맹'이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번역자의 시각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중동'이라는 개념도 거슬린다. 중동이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본 서구중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