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세상,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 시급

"애당초 재활용하기 쉽도록 만들어야"

2016-09-05 10:21:28 게재

다른 재질 라벨 등 재생원료 품질까지 떨어져 … "인센티브 제공, 구조 개선 필요"

각종 상품들의 포장재가 다양한 재질로 화려하게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포장재가 화려해질수록 재활용 업계의 근심은 깊어진다. 아무리 분리·배출에 신경을 써도, 재활용 작업시 또다시 추가 분리·선별 과정을 거쳐야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환경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포장재 재질에 대한 사용 규제법이 없다 보니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 가뜩이나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재활용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품 생산단계서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장재 폐기물의 재활용 실태와 해결책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포장재 재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해 재질·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공제조합),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각종 제품 포장재의 재질이 다양해지면서 재활용업계에서 분리·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재활용업계는 색상, 재질별로 분리배출을 철저히하고, 제품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을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 포장재가 다양해질 수록 재활용업계의 시름은 깊어진다. 분리·배출이 어려워 재생자원으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아파트의 분리수거 현장. 사진 이의종

 


공제조합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각종 음료 용기로 많이 사용하는 페트병의 출고량은 꾸준히 늘어 한 해 22만4000t에 이른다. 그런데 대부분은 제품 몸체에 붙어있는 마개, 라벨 등이 복합재질로 이뤄져 있는데다 분리가 쉽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운 2·3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한 색상이 아닌 유색으로 몸체가 만들어진 경우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포장재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양질의 재활용 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질·구조 개선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페트병 대부분 재활용 어려운 2~3등급 = 환경부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2014년부터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포장재 생산자에게 제품과 포장재의 설계·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이 제도는 6개 포장재(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페트병 플라스틱 발포합성수지)에 대해 몸체, 라벨, 마개, 기타 자재 등 4개 항목별로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제조합은 환경부 위임을 받아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제도'를 주도적으로 운영 중이다. 포장재의 재질별 기능과 형태에 따라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재활용 용이'(1등급), '재활용 어려움(2,3등급)으로 평가한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현재의 기술력과 시장 여건상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재질·구조를 2등급으로, 재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포장재는 3등급으로 구분했다. 이렇게 나눠진 각종 포장재 재질·구조에서 2,3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재활용이 쉽도록 유도하고, 재활용이 쉬운 1등급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김진석 공제조합 이사장은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을 통해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제품들이 많이 나오도록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면서 "올해엔 1등급 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생산 기업에 5억원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등급을 받은 포장재가 재활용 용이(1등급)로 평가받게 되면 의무생산자에게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에 따른 분담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한편, 제품이나 회사 마케팅에 '재활용 1등급 포장재'란 문구를 사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제도시행 후 재질·구조 개선 성과 10개 제품 = 공제조합에 따르면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제도를 시행한 이후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총 10개 제품이다. 지난해부터 공제조합은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에 따른 지속적인 홍보를 해왔다. 이에 따라 유리병 제품인 동아오츠카의 '오로나민C'를 시작으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 1000㎖와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요구르트' 500㎖, 그리고 페트병 제품인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 2000㎖를 재활용 용이 1등급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롯데칠성음료에서 생산하는 먹는 샘물 6개 제품을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제품으로 추가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제품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평화공원 산림수' 500㎖, 2000㎖, '아이시스 지리산 산청수' 500㎖, 1000㎖, 2000㎖, '아이시스 8.0' 300㎖ 등이다.

무색 단일재질, 재활용 최고가치 = 페트병의 몸체가 무색의 한 가지 재질로 되어 있고, 재활용할 때 분리가 쉬운 플라스틱과 라벨, 마개를 사용하면 재활용이 쉬워 1등급이 된다.

즉 재활용 현장에서 비중 분리가 쉬워지면 그만큼 재활용하기가 용이하고 고부가가치 재활용 자재 생산이 가능하다.

최재원 디에스리사이클링 대표는 "각종 포장재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리배출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단계부터 재활용을 생각한 재질·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 2013년 12월 기존의 페트 플라스틱 캔 발포수지 유리병 종이팩 등 6개 협회를 통합하여 공익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설립된 공제조합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라 재활용 의무생산자인 제품·포장재 제조·수입·판매업자의 재활용의무를 대행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주요 업무로는 △재활용 촉진과 재활용 기술의 개선을 위한 연구·기술개발 △재활용 의무생산자의 회수·재활용 의무 대행 및 분담금 징수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제도 운영, 재활용의무이행 인증사업 추진 △유관기관과의 공익사업 공동 추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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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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