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주 광주 춘천 잇단 방문 … 여야에 쓴소리

2016-10-17 11:00:10 게재

지방 돌며 특강, 여론 수렴 … 대선행보 본격화

중앙정부 정책 반박 … 야당역할 강한 문제제기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 특강이나 지방 인사들을 만나 정치적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또 SNS를 통해 중앙정부를 겨냥해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나서 대선출마선언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15일 제주시 아라동 천주교 제주교구장에서 강우일 주교와 면담하면서 "제주4·3사건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여러 인권침해·국가폭력 사건 중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전날 박 시장은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간담회를 갖고 "제주4·3특별법에 따라 과거 청산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아직도 미완의 과제가 남아 있다"며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국가폭력의 사례인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광주를 방문해 '더이상 뒤로 숨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박 시장은 광주 전남대에서 대학생과 시민 400여명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천하가 고통과 절망 속에 잠겨 있다"며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현대사의 굴절된 역사현장인 제주와 광주를 방문해 당내 입지 강화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여론 수렴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박 시장의 이런 행보는 지난달 27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패널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당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라의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내년 선거(대선)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문제라 생각한다"며 "선출직 공직자의 운명인데 결국 국민과 시민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다시 말하면 시대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있을 수 있다"며 "과연 시대의 요구가 저에게 있는지 국민의 부름이 저한테도 해당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대선 관련 질문에 대해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 한 것을 고려하면 이날 박 시장의 발언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두는 진일보한 입장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관훈클럽 토론회 이후 지역을 돌며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춘천을 방문해 작가 이외수씨와 토크콘서트에서 박 시장은 "'헬조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살률과 행복지수 등 각종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준전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결국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데 맨날 싸우고만 있다"며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했다.

이어 박 시장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충북을 방문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조찬회동을 갖고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협력하기로 했으며, 영동군과 보은군을 잇따라 방문해 농산물 교류 등 상생협약을 했다. 1일에는 시민사회단체,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2일에는 충북 북부권인 충주·제천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대통령 탄핵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 시장은 13일 SNS를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권력의 막장 드라마고 사유화의 극치"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박 시장은 "총선민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직 잊지 않았다면 야당은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 주기 바란다"며 "지금까지 메가톤급 권력비리와 권력남용이 수없이 있었는데도 다수당이 된 야당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탄핵대상은 박 시장'이라며 국감 위증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오히려 '훈장으로 영광'이라고 맞받아쳤다. 박 시장은 14일 SNS에 "깨어있는 시민들과 유쾌한 시민정치혁명 드라마를 써가겠다. 국민권력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올렸다.

이런 행보에 대해 박 시장의 측근도 대선출마 선언을 앞둔 행보라고 인정하고 있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행정가인 서울시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전에 갖고 있던 생각을 적극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측근은 "(대선 출마에 대한) 최종적인 결심은 안섰지만 고민하는 과정"이라며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분노에 대한 공감의 표시이며,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적극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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