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육아품앗이 ‘무지개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요”

2016-10-28 10:48:47 게재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공동체의 힘을 강조한 아프리카의 속담이다. 이 말을 몸으로 실천하며 이웃사촌의 회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강서구 육아자조모임 ‘무지개별’을 만나보았다.



이웃사촌을 넘어 가족이 되다
아이들의 성장은 오로지 부모만의 책임일까. 핵가족에다 이웃과의 거리도 소원한 요즘 부모에게 지워진 육아의 무게는 무겁기만 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지만 자녀에게는 어느새 ‘늘 미안한’ 부모가 돼있다.
‘무지개별’은 3~4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육아자조모임이다. 지난해 4월, 강서구 육아종합 지원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났던 엄마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혼자서 말고 함께 키우자고 다독이며 서로에게 힘이 돼 준다. 매주 월요일 4시면 어김없이 11명의 엄마가 자녀와 모인다.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주로 모임이 이루어지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엄마들끼리 따로 만나서 오가는 수다 속에 유익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이상은씨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며 “나와 아이가 가족 같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서로에게 안전망이 돼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수연 대표는 “처음 여섯 가정으로 출발해 점점 늘어났다”며 “올해는 ‘무지개별’이 마을공동체로 선정된 뜻 깊은 한 해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제공하고 모임을 풍성하게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머리 맞대니 아이디어 봇물처럼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려다 결국 야단으로 끝낸 엄마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집에서 시도하기 어렵고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무지개별’ 엄마들은 모일 때마다 놀이와 교육에 대한 내용을 함께 의논한다. 똑 소리 나는 팔방미인 엄마가 아니어도 부담이 없다. 각자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준비해 아이들의 활동을 이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혼자서는 막연하고 어렵기만 했던 일들이 이제는 즐거워졌다.
아이들의 오감발달과 창의력을 개발해주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막상 엄두가 나지 않은 밀가루 놀이나 물감놀이, 요리 등도 색다르고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됐다. 활동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해가질 때까지 실컷 논다. 퇴근한 아빠들이 놀이터를 방문해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지난 월요일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복궁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그곳 관광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단다. 이상은씨는 “따로 역할을 나누지 않고 모든 엄마들이 놀이와 교육에 함께 참여한다”며 “미술, 음악, 요리, 신체활동, 바깥활동, 자연놀이 등 다양하게 접근하며 매주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전했다. 
최미연씨는 “머리를 맞대니 힘과 지혜가 커지더라”며 “많은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종종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엄마들이 미리 정한 규칙과 약속대로 움직여 서로 마음상하는 일 없이 마무리 된다”고 자랑했다.  

육아 품앗이 계획하는 부모들에게 도움 주고파
‘무지개별’은 공동육아 모임의 확장을 위해 또 다른 팀을 지원하고 있다. ‘열린강좌’를 통해 공동육아의 필요성과 진행 방법을 설명하고 새로 시작한 모임에 엄마들을 파견해 도움을 주고 있다. 자칫 폐쇄적이기 쉬운 이런 모임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 칭찬과 격려의 반응이 돌아온다. 홍수연 대표는 “공동육아를 통해 더 많은 아이와 부모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가정이 살고 마을이 살아나는 이런 모임들이 풀뿌리처럼 번져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수연 대표(준수, 준혁 엄마)

모임 중간에 둘째를 낳고 백일도 안돼서 참석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그만큼 이 모임이 그리웠다는 거지요. 육아관이 비슷한 엄마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꾸려나가기에 더 좋은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최미연씨(예나, 예리 엄마)

아이들이 재미있고 즐거운 게 먼저라는 취지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덩달아 행복해지고 꾸준히 모이게 되더라고요. 엄마와 아이 모두 월요일을 기다리지요. 따로 시간을 내어 엄마들끼리 만나는 것 또한 유익하고 즐겁답니다.


이상은씨(소담, 보담 엄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중에 더 자라서도 이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아이들에게 듬직한 이모와 친구들이 생겼고 저 또한 좋은 언니, 동생을 만나게 됐지요. 아직 어리지만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둘째들의 모임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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