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박원순 역점사업 제동
서울역고가 공원 217억원 등 삭감 … 시 "예결위 심의에서 조정될 것"
내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역점사업 예산이 대거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서울로 7017)과 청년 지원, 공공자전거(따릉이) 사업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해 예결위원회로 넘겼다.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결위는 8일부터 내년 시 예산안을 심의한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다시 복원될지 관심사다.
박운기 시의회 예산결산위원장은 "집행부와 상임위 의견을 두루 듣고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별로 삭감된 주요 내용을 보면 박원순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많다.
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서울역고가 보행공원('서울로 7017' 사업) 준공과 운영 등을 위한 예산 276억원 중 217억원을 삭감했다. 당초 집행부가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비는 총 38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설계변경 등으로 총 597억원으로 증액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은 접근성 향상을 위해 서울역고가에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면서 기존 파출소를 이전하는데 필요한 예산과 주변 교통정리를 위한 모범운전자 인건비 예산 등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는 서울역고가와 비슷한 시기 문을 여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공원 운영비 33억원 중 10억원을 깎아 예결위로 보냈다. 내년 봄 개장을 앞두고 운영 로드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와 갈등을 빚었던 청년활동지원사업비(청년수당) 150억원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청년창업 시범사업은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이 사업은 청년창업 프로젝트 9개 팀에 50억원을 지원하는데 일부 청년에게만 혜택이 치중된다는 이유로 반토막 났다. 행자위는 시범사업인만큼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점차 확대하자는 이유에서 삭감했다고 밝혔다. 행자위는 또 박 시장이 강조한 협치와 관련된 도농상생 급식을 위한 공공급식센터 설립 예산 57억원의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대신 기존 친환경 유통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주문이 나왔다. 이는 박 시장이 지난달 30일 9개 광역지자체 대표들과 협약식을 체결한 사업이다. 도농상생 급식교육 관련 사업도 상당수 삭감했다. 급식교육도 내년도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체 어린이집에서 시행하기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단계 시행하자는 이유에서다.
교통위원회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운영 등에 필요한 예산 약 200억원을 삭감했다. 자전거 도로나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고 안전 대책을 마련한 뒤에 사업을 확대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시 예산안은 시의회 예결위 심사에서 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를 두고 서울시 일각에서는 시의회가 의원 요구사항을 내년도 시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시장 역점사업을 삭감한 뒤 협상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 한 관계자는 "예결위가 상임위에서 감액한 예산을 증액하려면 상임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이용해 의원들이 시장과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도도 있지만 지역사업(쪽지예산)을 챙기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결위가 상임위 의견을 존중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예산안을 검토하게 된다"며 "예결위에서 다시 논의되면서 삭감된 예산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