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② 26년 가축분뇨대책 한계 직면

축산분뇨자원화시설도 혐오시설로 전락

2016-12-16 10:57:05 게재

낡은 축사에서 악취 이어져 … 읍·면 광역단위로 대책 세워야

축산분뇨를 자원화하는 시설도 주민들이 혐오하는 시설로 전락하고 있어 이를 극복할 대안이 시급하다.

논산계룡축협(조합장 임영봉)은 11월 하순부터 광석면에서 새로운 축분비료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80억원을 들여 신설한 축분비료공장은 악취가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밀폐형으로 만들었다.

논산계룡축협이 공동자원화시설에서 가축분뇨를 원료로 사용해 만든 액비(액상비료)를 채운면 농경지에 뿌리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하지만 이 시설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고통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축산분뇨를 퇴비나 액비(액상비료)등 자원으로 만드는 시설이나 정화해서 방류하는 처리장도 혐오시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논산시 중재로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치르는 진통을 겪었다. 새로운 방식의 가축분뇨 처리 및 활용방식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자원화사업 모범 축협도 민원에 시달려 = 논산계룡축협은 1993년 양돈 농가가 밀집해 있는 광석면에 30억원을 들여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설립했다. 지역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루 평균 가축분뇨 120톤을 처리, 여기서 생산한 액비를 인근 농경지 1900ha에 살포할 수 있는 규모였다.

하지만 축산퇴비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임 조합장은 16일 "이전에 설립한 자원화시설은 악취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개방형'이었다"며 "악취민원을 해소하고 축분뇨를 자원화하기 위해 밀폐형 시설을 새로 만들고, 옛 시설은 창고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논산계룡축협은 또 채운면에 지역단위 자원화공동센터도 준공했다.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음식물찌거기 등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사업비 200억원 중 140억원은 환경부 정책자금을 활용해 조달했다. 임 조합장은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발전량의 상당부분을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만든다"며 "새로운 형태의 자원화시설이 성공하면 축산분뇨와 남은 음식물도 새로운 자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산계룡축협은 전국 130개 축협 중 유일하게 두 곳의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만 논산시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다 처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축산분뇨 자원화에 앞장선 조합이지만 주민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환경부 대책 효율성 높여야 = 1991년부터 본격 추진된 축산분뇨 자원화 정책은 많은 성과를 냈다. 2004년에는 농림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대책을 수립했고, 2006년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폐기물로 취급되던 가축분뇨를 자원 개념으로 바꿨다.

당시 농림부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축산농가에서 배출한 가축분뇨를 품질 좋은 퇴·액비로 만들어 경종농가(논·밭에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제공했다. 이렇게 재배한 친환경농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정책도 같이 진행했다.

2007년엔 '가축분뇨 해양배출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2012년 예고된 해양투기 전면금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6년 261만톤에 달하던 가축분뇨 해양배출은 2011년 말 '제로(0)'가 됐다.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도 2009년 '가축분뇨 바이오 에너지화 실행계획'을 세워 시작했다. 환경부도 2012년 '가축분뇨관리 선진화 종합대책'을 추진했고, 농식품부도 2013년 '중장기 가축분뇨 자원화 대책'을 수립해 공동자원화 시설 및 에너지화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축산분뇨에서 발생한 악취로 못살겠다는 민원은 더 확산되고 있다. (내일신문 14일자 기사 참조)

이상철 한국축산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와 많은 축산농가들이 축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낡은 축사에서 가축분뇨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아 악취를 야기하는 농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개별 농가단위가 아닌 읍·면 광역단위로 자금과 기술을 집중 투입해 악취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 연재기사]
①끊이지 않는 민원│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 … 전국 몸살 2016-12-14
② 26년 가축분뇨대책 한계 직면│ 축산분뇨자원화시설도 혐오시설로 전락 2016-12-16
③축산환경개선 의무화│ 악취없는 축산농장 20배 늘린다 2017-01-17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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