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 ① │끊이지 않는 민원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 … 전국 몸살

2016-12-14 12:47:48 게재

가축 2억마리 하루 12만톤 배출

전국이 축산분뇨에서 풍기는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축산분뇨 악취는 농촌관광이 활성화되고, 전국으로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농촌주민들이나 축산농가의 문제에서 국민 모두의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악취로 축산시설을 늘리거나 신축하는 것을 막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소 돼지 닭 등 국내에서 기르는 가축 1억9347만6000마리가 매일 12만6145톤씩 배출하는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내 축산업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와 친환경축산협회 등은 양돈농장에서 음악회를 열고 나무를 심는 등 악취민원을 해소하고 쾌적한 농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충남 홍성의 비전농장(양돈)에서 열린 국내 첫 양돈장 음악회 모습. 사진 정연근 기자


◆내포신도시 미래 위협하는 축산악취 = "올해도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악취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 중 3∼4일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충남 홍성·예산 내포신도시로 이사한 충남도청 공무원 유용재(33)씨. 충남도청이 2012년 말 대전에서 내포로 이전하면서 아예 가족과 2년 전 내포로 이사했다. 하지만 유씨를 기다린 것은 여름만 되면 아파트단지 전체를 덮치는 가축 분뇨 악취였다. 유씨는 "대부분 잠들기 전인 밤 11∼12시 사이, 깨어나기 전인 새벽 4시에서 아침까지 악취가 진동한다"며 "일부 주민은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포신도시는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과 예산군 사이에 위치해있다. 내포신도시도 축산단지를 이주시키고 건설된 신도시다. 하지만 주변 축산농가까지 이주한 것은 아니다. 내포신도시 반경 2㎞ 이내에만 여전히 25개 농가가 12만4000마리의 돼지와 소 등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5km로 반경을 넓히면 448개 농가에서 25만마리의 가축을 기른다.

충남도의 악취와의 싸움은 도청을 이전한 2012년 말부터 시작됐다. 2012년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육지에서 분뇨를 처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악취가 전보다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종화 충남도의원은 최근 도의회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주한 뒤 축산악취 등을 이유로 떠난 주민이 392명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악취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인구 10만명 목표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향인 충남 보령에서 천수만관광휴양지를 운영하는 이우영(60) 대표는 축산분뇨에서 풍기는 악취로 천수만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어 늘 조마조마하다. 그는 "내포신도에서 축산을 못하게 되니까 천수만이 있는 보령시 천북면으로 축산농가들이 몰리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최근엔 면소재지에 대규모 축사가 또 들어서 이장이 앞장서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공감 없이 축산업 존립 어려워 = 악취 민원은 충청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들끓고 있다. 전북 익산은 시민 기업인 전문가 등 25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익산시 악취대책 민관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에도 시청에서 회의를 열고 악취저감 추진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청정지역인 제주도도 축산악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시에 접수된 축산악취 민원은 10월까지 4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6건에 비해 1.6배 늘었고, 2014년 152건보다 2.7배 증가했다.

지자체들이 축산악취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축사를 새롭게 짓거나 증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례를 강화하자 축산인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홍천군의 축산관련단체들은 축산업계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군의회를 항의방문했다. 군의회가 축산악취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가축사육제한거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축산업계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호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축분뇨 악취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을 축산 관련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축산인 스스로 해결 못하면 '안티(anti) 축산' 분위기 확산을 막기 어렵고, 국민공감을 얻지 못하면 축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 연재기사]
①끊이지 않는 민원│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 … 전국 몸살 2016-12-14
② 26년 가축분뇨대책 한계 직면│ 축산분뇨자원화시설도 혐오시설로 전락 2016-12-16
③축산환경개선 의무화│ 악취없는 축산농장 20배 늘린다 2017-01-17

정연근 · 윤여운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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