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③축산환경개선 의무화

악취없는 축산농장 20배 늘린다

2017-01-17 10:28:40 게재

농식품부, 환경부·지자체와 협업 … 냄새관리 안하면 지원 불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가 16일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축산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축산업계에 확산되면서 가축분뇨 악취 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축분뇨처리 지원, 축사시설 현대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추진하면서 축산환경 개선 효과가 적지 않았지만 악취관리 등 국민들이 느끼는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분석에 기초했다.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도드람양돈 조합원의 농장 내부 모습. 어린 돼지가 지내는 방(돈사) 바닥이 깨끗이 청소돼 있어 분뇨가 남아 있지 않다. 이 농장은 악취가 없어 돈사 문을 열어도 돼 환기가 잘 된다. 사진 정연근 기자


가축분뇨 신속히 수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 최근 농촌 관광 및 귀농·귀촌 활성화, 공공기관 지방(혁신도시)이전 등으로 축산악취를 둘러싼 갈등이 지역주민과 축산농가를 넘어 국민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12월 14, 16일 기사 참조)

농식품부는 우선 환경친화 축산농장을 모델로 한 '깨끗한 축산농장'을 지난해 500호에서 2025년까지 1만호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규모화된 축산농가 2만8000호를 기준으로 하면 35% 수준이다.

환경친화 축산농장은 축산농가가 축사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 가축분뇨의 올바른 관리와 이용에 기여하는 농장을 뜻한다. 악취가 주변으로 번지는 개방형 축사를 무창(밀폐형) 축사로 바꿀 것을 권고하고, 축사 개·보수나 신축 시 냄새예방시스템 설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가축분뇨를 신속히 수거하고 물과 섞인 가축분(슬러지)을 제거하는 등 악취 발생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올해 실시하기로 했다. 국립축산과학원(2012년)과 경상대학교(2015년) 연구에 따르면 축산분뇨 저장기간이 초기 4일이 경과하면 대표적인 냄새물질인 암모니아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고, 2주가 넘어가면 인돌류와 이성체지방산 농도가 증가한다.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악취물질이 발생하므로 가축이 분뇨를 배출한 후 3일 이내에 수거하면 냄새물질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역 단위 가축분뇨 처리 시설의 광역화·규모화도 추진하고, 분뇨의 공동 및 공공 처리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 50%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축산농가에 있는 분뇨저장조를 빨리 비우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규모 축산분뇨저장 및 처리(자원화)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 시설을 설립·유지하기 위해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전통적으로 가축분뇨를 '폐기물'이라는 관점에서 처리했지만 최근 '자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일찌감치 가축분뇨를 자원화하는 정책을 추진한 농식품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가축분뇨를 이용해 퇴·액비를 만드는 '공동자원화시설(농식품부)'과 가축분뇨를 정화·방류하는 '공공처리시설(환경부)'을 연계해 중복비용을 줄이고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공동자원화시설을 현재 84개소에서 2025년까지 150개소 설치할 계획이다. 하루 발생하는 돼지분뇨 중 30%(현재 14.5%)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시설당 규모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분뇨량 100톤 내외에서 300톤 내외로 키울 방침이다.

지자체와 협력도 깨끗한 축산농장 정책의 성패를 가를 요소다. 농식품부는 축사현대화, 가축분뇨처리 안정화, 축산냄새관리, 농장청결관리 등을 포함한 '지역단위 축산환경 개선 기본계획'을 의무화하고, 이를 수립하지 않은 지자체는 정부지원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축산법을 개정해 포함하기로 했다.

축산환경관리원 기능 강화 = 농식품부는 가축분뇨 악취를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축산냄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축산환경관리원을 농장 등 축산냄새 줄이기 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고형 비료)와 액비(액체 비료) 등을 검사하는 기관에서 냄새관리 및 축산환경 컨설팅까지 포함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축산환경 전문컨설턴트 및 전문인력 양성기관 역할도 맡았다.

축산냄새 관리 지침서를 적용하는 축종도 돼지에서 한·육우, 젖소, 닭, 오리 등 주요 축종으로 확대했다. 공동자원화시설에도 냄새예방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민간퇴비장의 악취 점검도 강화한다.

농식품부는 고품질 퇴·액비 생산 및 이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동자원화시설은 비료생산업 등록을 의무화하고, 퇴·액비 성분 분석 및 부숙도 판정 기기 보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퇴·액비 수요처도 일반 농경지(벼, 보리, 사료작물 중심)에서 시설 원예(과수, 원예, 특용작물) 등으로 넓히고, 친환경 농업 육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욱원 농식품부 친환경축산팀 서기관은 "이번 대책에서 핵심은 지자체 단위의 축산환경개선 기본계획을 의무화한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축산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지역 단위 환경 개선과 생산성 향상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악취로 덮힌 축산, 발붙일 곳 없다' 연재기사]
①끊이지 않는 민원│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 … 전국 몸살 2016-12-14
② 26년 가축분뇨대책 한계 직면│ 축산분뇨자원화시설도 혐오시설로 전락 2016-12-16
③축산환경개선 의무화│ 악취없는 축산농장 20배 늘린다 2017-01-17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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