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특성화학교 특별한 졸업식

"가슴으로 키우고 가르쳤습니다"

2017-01-02 10:07:19 게재

사회 첫출발, '두렵고 긴장' … '탈북' 편견 버리고 안아줘야

"가슴으로 키우고 가르쳐서 세상에 내보냅니다. 이 아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부디 '탈북'이라는 편견을 갖지 마시고 보살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겨레중·고교 심경태(역사담당)교사가 졸업식장을 떠나는 제자들을 안아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도 안성 한겨레중고교에서 탈북학생 졸업식에서 졸업생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이 열렸다. 사진 전호성 기자


국내 유일의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인 한겨레중고교 졸업식이 2016년 12월 29일 경기도 안성 학교강당에서 열렸다. 졸업식 마지막 행사는 곽종문 교장을 비롯한 전 교직원들이 졸업생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으로 끝을 맺었다. 발을 씻겨주는 교사도, 학생도 눈물을 흘렸다. 세족식은 한겨레중고 졸업식 전통으로 매년 진행한다.

심경태 교사는 "무사히 사회로 나가게 돼 기쁘고 서운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선을 넘은 아이들이 남한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편견 없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총리축사


박영일(가명·21)군은 "최기대 선생님께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며 "사고치고 속 태우던 생각에 울컥 눈물을 보였다"며 "지금까지는 선생님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도와주었지만 이제 사회에 나가 혼자 세상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 군은 담임선생님 도움으로 경기도내 사료공장에 취직해 4일 첫 출근을 한다.

정착 어려움, 남한 국민들의 '탈북 편견'= 이날 중학생 40명, 고교생 29명이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했다. 중학생들은 한겨레고나 일반고교로 진학했다. 학생 교사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방과 후 부족한 공부는 교사들이 개인교습을 통해 보충해준다. 사실상 양육과 교육을 함께 하는 셈이다.

한겨레중고교는 탈북청소년들의 사회적응과 학력보강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국내최초 일반정규학교(10학급 185명)다. 학교법인은 전인학원(원불교재단)으로 북한이탈 청소년을 교육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제3국(중국)출신도 입학이 가능하다.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원하며 통일을 위한 미래 맞춤형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잘 살아라 … 가슴으로 키운 제자를 떠나보내는 교사들. 사진 전호성 기자

이날 선배들도 졸업식장을 찾아 후배들 졸업을 축하했다. 2008년 졸업생인 김진희(가명·28)씨는 "졸업 후에야 학교가 가장 안전하고 편한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회에 나가 적응하려면 본인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의류학과)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현재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김 씨는 사회적응과 정착에 가장 어려운 게 '탈북자'라는 편견이라며 남한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진로를 사회복지로 결정했다.

정부 지원정책과 시스템은 많이 개선돼 초기 생활에 큰 걱정이 없다는 것. 하지만 실제 탈북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정보 부족이다. 관련 부처간 소통이 원활한 탈북청소년 지원 융합정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탈북민 3만명 시대에 맞는 언어소통 교육과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분야는 언어다. 탈북 후 중국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 언어소통은 더욱 힘들다. 지난해 교육부는 이중언어 강사를 배치하고 한국어 교육 등 맞춤형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중등학교용 문해력 증진을 위한 교재를 개발·보급하고 정책연구학교와 수업연구회 운영도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한겨레중고에 전문심리상담사를 신규 채용해 배치할 계획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학부모 교직원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졸업생은 "중학생들이 일반고교에 진학시 교사들의 탈북학생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교사들도 우리말 구사능력이 낮은 제3국 출생 학생에 대한 한국어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늘어나는 탈북학생들을 위해,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고 모두를 위한 학생별 맞춤형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통일시대를 대비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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