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부업무보고 | 외교·안보·통일 분야

맥빠진 보고에 낯 뜨거운 자화자찬만

2017-01-04 11:05:23 게재

황교안 권한대행에 업무보고 … 새로운 사업계획 없이 기존 정책 유지 급급

외교안보 분야를 필두로 4일부터 시작된 2017년 정부 업무보고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맥 빠진 자리로 평가됐다. 임기 말이라는 시기적 특성 외에도 국정농단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발언하는 황 권한대행│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국가보훈처 등 안보관련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올해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구상이나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더구나 조기대선 가능성까지 높게 점쳐지는 마당에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처럼 맥빠진 분위기와는 별개로 외교안보분야 정책수장들은 지난 4년을 평가하면서 지나치게 자화자찬을 늘어놓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잦은 도발과 이로 인해 남북관계의 경색이 심각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수장들의 아전인수식 평가는 일반적인 국민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과 최소 22차례 이상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사상 유례없는 도발을 감행해 우리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4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는 '굳건한 안보'를 주제로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보훈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국방부, 국민과 함께 하는 튼튼한 국방 = 2017년 국방부 업무보고 키워드는 '국민과 함께 하는 튼튼한 국방'이다. 지난해 '국민이 신뢰 하는 튼튼한 국방'에서 '신뢰'가 '함께'로 바뀐 게 전부다. 대동소이하다는 의미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지난 4년간의 주요성과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2015년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8.25남북합의를 견인하는 등 남북군사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20회가 넘는 미사일 도발을 억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이나 성찰이 없었다.

또 국방부가 자랑하는 성과에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일반적 정서와 차이를 보이는 대목도 상당부분 포함됐다. 또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도 성과로 포함시키면서 국민정서와 온도차를 보였다.

국방부는 올해 펼쳐질 국방상황에 대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월 20일 정식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대외정책 변화 전망 속에서 중·러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고, 미국의 아태 재균형정책 재검토 가능성과 중국의 적극적 대외정책 구사로 인한 불안정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북한은 강력한 국제제재와 압박에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혈안이 돼 있으며, 통전책동 강화와 함께 전략·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기본이 튼튼한 국방, 미래를 준비하는 국방'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올 한해 펼칠 4대 국방운영 중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굳건한 국방태세 확립 △한미동맹 발전 및 국방 교류협력 강화 △미래지향적 국방역량 강화 △자랑스럽고 보람있는 군 복무여건 조성 등이다.

외교부, 북핵문제 해결 위한 전방위 외교 = 외교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방위 외교, 경제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제외교 등을 중심으로 6개 핵심과제를 올해 업무목표로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자금줄 차단, 외교적 고립 심화, 한미일 등 주요국 독자제재 조율 등 외교적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대북 인권압박과 정보유입 등 취약분야를 집중 공략함과 동시에 한미협력 강화 등으로 대북제재·압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행정부 교체기인 올 상반기 중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미간 강력한 경고 메시지 발신, 안보리 및 주요국 차원의 단호한 징벌적 조치를 사전에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주변국 외교에서는 미국 새 행정부와 역대 최상의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을 첫순위 과제로 꼽았다. 올 1분기 중 외교장관 등 유관부서 장관회담을 추진하고 북한, 원자력, 경제 등 분야에서 고위급 실무 협의채널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껄끄러운 중국에 대해서는 유관부처 협업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핵·북한 관련 공조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가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 당시 기준 생존 피해자 46명 중 34명이 화해와 치유재단의 사업을 수용할 의사를 보였다"면서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해 사회적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담은 조기 개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정세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어 올해 상반기 내로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통일부, 대북제재 강화하면서 대화? = 통일부가 보고한 올해 정책목표는 사실상 대북제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내걸고 10개 주요 과제를 제시했지만, 지난 4년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이어온 박근혜정부 기존 정책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차원에 그쳤다.

통일부는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 통일 문제로 확장하는 종합적 접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강력한 제재를 통한 북한 비핵화 압박을 시종 강조해 사실상 비핵화대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았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홍용표 장관은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비핵화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대화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선대화 제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남북 당국간 의미 있는 대화는 없을 것이고, 대북 제재 등 압박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상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남북대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기대선으로 들어설 차기정부의 통일정책 기조가 대화국면 모색으로 방향전환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이산가족과 관련, 통일부는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영유아, 임산부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시급성, 투명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 추진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보훈처, 여전한 트러블 메이커 = 박근혜정부 내내 과도한 안보논리와 이념지향성으로 논란을 빚어온 국가보훈처는 마지막 업무보고까지 순탄치 않았다. 3일 열린 사전기자 설명회에 다른 부처와 달리 부처를 책임지는 처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업무보고 내용 역시 지나친 이념편향성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지난 4년의 성과 평가와 향후 업무계획을 밝히면서 독립유공자에 대한 언급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도 없었던 점은 보훈처의 이념지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됐다. 제대군인이나 참전용사문제, UN참전국과의 보훈외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보훈처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가안보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군사적 대비업무를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나라사랑교육과 참전국 보훈외교 등을 비군사적 대비업무 영역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했다.

김상범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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