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연임 여부가 관건

2017-01-06 11:14:38 게재

신한, 조용병 회장-위성호 행장 유력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의 CEO 임기가 오는 3월 24일 만료된다. 두 금융사는 지난 4일 일제히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CEO선임절차에 착수했다. 차기 신한지주 회장은 설연휴 이전 선출된다. 임기 만료 60일 이전 차기 CEO를 선출하도록 하는 내부규정 때문이다. 우리은행장은 이달말쯤 최종 후보자가 확정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정식 선임은 3월 말 주총에서 동의를 받아 이뤄진다.

두 곳 모두 어느 때보다 회장(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대선이 예정돼 있고 정권 향배가 어디로 갈지 점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CEO 후보선출에서는 '능력과 자질'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신한지주회장 양강구도 = 신한지주 이사회는 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회장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신한지주 회추위는 이상경 위원장(사외이사)과 한동우 회장, 고부인, 박철, 필립 에이브릴,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 남궁훈 비상무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과반이 지지하는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된다.

회추위 구도상 한동우 회장의 영향력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회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을 제외한 6명 위원 중 고부인 위원과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이 그의 영향권에 있다. 나머지 3명의 위원 가운데 남궁훈 전 생명보험협회장은 한 회장의 서울대 법대 동창으로 5년 넘게 사외이사 활동을 해왔다. 이상경 위원장 역시 한 회장의 추천으로 5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7명 위원 가운데 1~2명을 제외하곤 한 회장의 뜻을 신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후보군에는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다. 이 가운데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선출 때와 비슷한 상황" = 신한 안팎에선 한 회장이 조용병 현 신한은행장 쪽에 의중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6일 "3년 전 신한은행장 선임 당시 조용병, 위성호 2파전이라고 했는데 한 회장이 자신과 경영스타일이 비슷한 조 행장을 선택했다"면서 "그 당시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회장은 지난해부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순리대로'와 '조용하게'를 강조해왔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조 행장이 유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한 회장은 지난 3일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회장 선임은) 물 흐르듯 조용히 진행될 테니 지켜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주회장과 동시에 선출하는 신한은행장에는 위 사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신한 사정에 밝은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초기에는 시장논리에 입각해 저돌적인 시도를 통해 성장했지만, 최근 조직내부에 정체 기류가 있다"면서 "위 사장의 추진력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기"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실상 회장직을 놓고 2파전을 벌이는만큼 주총 뒤 1명이 용퇴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도 '내부자 선출' = 우리은행 이사회도 4일 회의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출범시켰다. '민선 1기'가 될 우리은행 차기 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뽑는다. 민영화 체제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임추위는 노 의장과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텐즈핑 중국 베이징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임추위가 밝힌 새 행장 선발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은행·지주·계열사 재직 기간에 이룬 업적 △미래 비전 △조직 내 리더십 △경영능력 등이다. 임추위는 오는 10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이달 말 후보자 한 명을 결정한다.

한일출신 홀대론, 변수 = 우리은행장 경쟁구도는 이광구 현 행장의 연임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

은행 안팎의 평가를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이 행장이기 때문이다. 성과를 중심으로 보겠다는 평가기준도 이 행장에게 유리하다. 무엇보다 재임 중 민영화를 이뤄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3556억원)은 10%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은행권 전반의 순익이 높아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직에서도 유력 후보가 3~4명 거론된다.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은 2년 전 행장 선임 때도 물망에 올랐다. 남기명 국내영업그룹장도 거론된다. 전직 가운데에서는 김승규 전 우리금융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내부갈등을 최소화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은행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이 행장이 열심히 했지만 내부갈등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입사은행인 상업은행 출신 인사들을 주요보직에 발탁하고, 타은행 출신을 홀대했다는 지적이다. 또 이 행장의 전임자인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상업출신 이어서 최근 7년간 '비 상업은행 출신자'들의 인사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기자단담회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행장 등의 평가시스템이 출신은행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제대로 작동되도록 이사회가 감시하는 것도 사외이사들의 임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일은행 출신인 유력후보로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 부행장과 김승규 전 우리금융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 부행장은 영업통이다. 김 전 부사장은 우리금융지주 시절 민영화 작업을 총괄했다.

성홍식 이경기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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