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손잡고 더불어/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1년 만에 다시 신영복을 만나다

2017-01-06 13:01:23 게재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만5000원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다.
광화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항의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대한민국을 뜯어고치자고 매주 광화문을 채우는 촛불 얘기가 아니다. 벌써 돌아가신지 1주년 되는 쇠귀 신영복씨가 박근혜정권이 막 출범한 2013년 5월 한겨레에 기고한 글이다.<석과불식, 우리가 지키고 키워야 할 언어들. 한겨레 2013년 5월 12일>

평화보다는 전쟁을, 소통이 아닌 불통을, 변화보다는 과거회귀를 지향하다 결국 광화문 촛불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난 박 대통령의 명운을 어떻게 이렇게 족집게처럼 짚었을까 생각하면 놀람을 넘어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신영복 1주기를 맞아 유고집 2권이 출판됐다. '냇물아 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유고'와 '손잡고 더불어-신영복과의 대화'가 그것. '냇물아 흘러 어디로 가니'는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된 것 중 기존이 저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글을 모은 것이다. 이 책은 어린시절부터 문예반 활동과 응원단장을 했던 고등학교 시절, 출소 후 성공회대 교수로 지낸 시절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1부, 철학적 단면을 볼 수 있는 2부, 공존·연대·생명·평화 등 사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에는 감옥 가기 전에 쓴 미발표 유고 7편을 수록, 20대 청년 신영복의 자취를 볼 수 있게 했다.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만5000원

'손잡고 더불어'는 신영복씨가 생전에 행한 대담을 모아놓은 대담집이다. 오랜 영어의 몸에서 출감된 직후인 1989년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25년 동안 김정수 정운영 이대근 탁현민 정재승 김영철 등 인터뷰어들과 나눈 얘기를 연대순으로 실었다. 대담집에는 평소 신영복씨의 정제된 텍스트에서 볼 수 없었던 숨겨진 면모들이 드러난다. 특히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고 정운영씨와의 대담에서 본인은 평소 거의 밝히지 않았던 유년기와 성장기, 대학재학 시절, 통혁당 연루시절의 전기적 사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마지막 대담은 2015년 10월 26일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원 원장과 이뤄졌다. 이때 인터뷰어인 김영철 원장은 마지막 질문을 이렇게 묻는다. "글씨는 어떤 자세로 써야 합니까?"

"잘 쓰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무법불가 유법불가이지요. 글씨는 쓰는 법이 있어도 안되고 글씨 쓰는 법이 없어도 안됩니다. 교육과 학습의 이상적 형태도 바로 이런 자유로움과 다양성입니다."

이 말은 세상의 경계에 얽매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상의 경계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던 신영복씨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듯하다. 세상은 그를 '좌파 지식인'이라고 불렀지만, 정작 본인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양심' 때문에 그렇게 살았노라고 했던 신영복씨,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 살다 간 그의 궤적을 1주기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반갑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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