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교과서 통해 한국을 알려라

세계 9개국이 '오늘의 한국' 교과서에 서술

2017-01-24 10:11:17 게재

네덜란드·스페인부터 캄보디아까지 … 국가 이미지 높이는 민관협력 외교

자국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에 한국에 관한 제대로 된 내용을 집어넣은 국가는 몇 개나 될까.

올 1월 현재 한국의 발전상을 구체적으로 교과서 등에 소개한 나라는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등을 포함해 총 9개국이다.


한국은 일부 국가들의 교과서에 한두줄 소개가 돼 있다하더라도 '아시아의 작은 나라', '빈민층이 많은 나라' 등으로 단순하거나 60년대 빈곤시대의 잘못된 이미지만 그려놓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주네덜란드 대사관의 끈질긴 노력이 변화의 첫 물꼬를 텄고, 이를 지켜본 외교부가 산하기관, 민간단체를 아울러 함께 나서면서 교과서의 한국에 관한 오류를 시정하고 기술을 늘린 국가나 하나하나 늘면서 우리나라 공공외교의 대표적 성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이 생선 파는 나라? = 지난 2013년부터 네덜란드 3대 주요 초등교과서 중 2개 교과서에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상이 구체적으로 서술되기 시작했다.

본래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한국은 "값싼 임금으로 생선을 손질해 파는 나라"로 설명돼 있었지만 이제는 "최첨단 스마트폰과 디지털TV를 만드는 부국"으로 바뀌었다.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한문장으로 처리됐던 한국의 모습은 주네덜란드 대사관의 노력으로 독립된 제목 아래 8쪽에 걸쳐 서술돼 있다.

부교재로 쓰이는 아동교양도서 한국편 초판에 있던 오류도 바로잡혔다. 한국이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최초의 국가로 소개됐고, 한-네덜란드 양국 관계 소개 부분에 네덜란드의 한국전 참전 내용이 보태졌다.

이런 변화를 일군 이는 이기철 당시 대사였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네덜란드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을 알고, 네덜란드 교과서에 한국의 이야기를 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른나라 교과서에 특정국가의 이야기를 추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네덜란드 대사관은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전쟁의 폐허 위에서 EU국가 평균 수준으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유례없는 발전상이 네덜란드 학생들에게 세계사적으로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현지 교과서 집필진 등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 대사는 주네덜란드 한인 홈페이지에도 사업 추진을 알려 교민들이 자발적 참여가 이뤄졌고, 대사관과 교민의 2년 협력이 힘을 발휘해 네덜란드 교과서 한국 기술 사업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민관 파트너십이 일군 성과 = 네덜란드 사례를 지켜본 외교부는 외국 교과서 한국 기술 사업을 국가 차원 과제로 끌어올렸다.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별도로 진행하던 한국 관련 교과서 오류 시정 사업을 연계하고 외교부·교육부 소속·산하 기관 7곳과 함께 사업에 나섰다.

이어 2015년 11월 국회 동북아역사특위의 권유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등 민간단체 5곳과도 손잡고 '해외 한국관련 오류 시정 및 기술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협력위원회는 지난 17일 4차 회의를 열고 그간의 성과를 검토하는 한편, 맞춤형 자료개발과 충분한 예산확보 등 향후 사업 발전 방안도 논의했다.

이처럼 민관 파트너십으로 진행된 사업의 성과는 짧은 기간에 비해 눈부시다는 평가다.

스페인의 주요 5개 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중고등 교과서 11종에 한국의 경제발전상에 대한 소개가 들어갔다. 고교 1년 세계사 교과서에 한국이 신흥경제국 중 하나로만 설명돼 있던 것을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노르웨이, 스위스 △일본과 함께 '3대 전통적 경제 중심지'로 명시토록 했다. 한국 내 빈민가 거주 인구가 30~40%에 달한다는 내용은 삭제됐고, 별도 소단원인 아시아 국가란에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한국 소단원이 추가됐다.

한국전쟁과 남북분단 상황 위주로 기술돼 있던 프랑스 중고교 교과서도 2015년 9월부터 내용이 달라졌다. 개정판은 한국을 경제 강대국으로 소개했다. 한국의 경제발전상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고, 서울이 도시화와 녹지화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범사례이자 세계적 도시로 자세히 묘사돼 있다.

체코의 경우, 2014년에 초중등 교과서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출판사 '프라우스'와 공동으로 11~15세 학생대상 수업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소개 디지털교과서(Korea : A Country Looking Forward)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7월14일 주 교육과정 지침 개정 초안에 한국관련 기술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관련 내용만 있던 캘리포니아주 역사·사회 교과서에는 백제 문화의 일본 전파, 실크로드와 한국 등 총 15개 부분에서 한국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추가될 수 있게 됐다.

칠레에서는 지난해 발간된 지리부도에 한국 관련 사진이 최초로 삽입됐다. 중국, 인도, 베트남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한국의 청계천 야경 사진이 게재됐다. 이 지리부도는 칠레 내 대다수 중고등학교가 사용하는 부교재다.

독일에서는 한국을 주제로 한 중고교용 수업보조교재 30만부와 초등학교 수업용 부교재 1만부가 발행됐다.

뉴질랜드에선 지난 2015년 현지 교들을 위한 '교사용 한국 관련 수업자료'가 만들어져 배포됐다. 뉴질랜드에서 자국 기관 및 교사들이 직접 참여해 특정 국가를 주제로 한 수업자료를 체계적으로 개발한 건 이것이 처음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캄보디아대학 10곳 한국어학과 학생 2300여명에게 사회과 보충교재 '기적을 이룬 나라 한국'이 건네졌다.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배포된 이 보충교재는 일반 대학생들에게까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 나라의 초·중·고교 교과서나 보충교재에 소개된 특정국가의 발전상은 사진 한 장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대외이미지를 높이는 장기적 효과가 있다"면서 "공공외교의 중요한 성과로 민간 파트너십을 활용해 실질적 효과를 높이는 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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