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인터뷰│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북한산 자락서 '백성의 문화' 체험

2017-02-13 10:09:38 게재

역사문화관광도시 마무리만 남았다

미래세대 자립지원, 골목환경 개선

"근현대사기념관이 들어서면서 4.19민주묘지와 애국순국선열묘역 등 주변까지 벌써 변화가 눈에 보여요. 전국 학생들 수학여행지가 돼 관광버스 행렬에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카페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어요."

박겸수(사진) 서울 강북구청장은 "올해부터는 역사문화관광도시 사업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강북구가 명실공히 서울 동북부 중심도시로 거듭나게끔 주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북한산과 북한산둘레길 봉황각 4.19묘지 등 자연과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지역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는 민선 5기에 첫 구상을 밝혔을 때만 해도 '뜬구름잡기'로 치부됐다. 박 구청장 스스로가 "지역 내 가장 큰 기업은 음식점"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인데다 '개발=대규모 투자사업'이라는 공식에 익숙해있어서다.

북한산자락에서 고려 말 조선 초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가마터를 발굴했고 동요 '반달'로 잘 알려진 윤극영 작곡가 가옥을 기념관으로 다시 꾸몄다. 순국선열 16위가 잠든 북한산둘레길 순례길 구간 가운데 신익희 초대 국회의장,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이시영 초대 부통령 등 '대한민국 최초'라는 상징성을 띤 인물들 이야기를 문화해설사 설명으로 들으며 걸을 수 있도록 '초대길'로 특화했다.

4.19묘지에는 저항정신을 담은 록음악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대학생 토론 등 시민혁명의 의미를 축제로 승화한 4.19국민혁명문화제라는 옷을 입혔다. 4.19혁명이 당시 제3세계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었음을 입증하는 학술자료를 제작, 세계 유수 대학과 공유했고 4.19 단체들과 함께 혁명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걸음도 뗐다.

지난해 수유동 북한산 초입에 근현대사기념관이 문을 열면서 또하나의 고개를 넘었다. 동학농민운동부터 항일의병전쟁 애국계몽운동 3.1운동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6.25전쟁 4.19혁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전시공간이자 교육의 장이다. 강북구 계획대로 전국 초·중·고등학생이 근현대사를 배우는 수학여행지, 대학생을 비롯한 세계 청년들이 민주주의를 체득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올해 우이동에 가족캠핑장이 문을 열고 분청사기 가마터와 연계한 예술인촌까지 조성되면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은 마무리가 된다. 우이~신설 경전철이 개통, 교통편도 한결 수월해진다. 박겸수 구청장은 "경복궁 창경궁 등 한국 대표 관광자원은 어디까지나 왕조와 지배층 양반문화인 반면 강북구에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오늘날을 일궈낸 격동기 백성문화가 오롯이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 IMF까지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어려움이 닥치면 힘을 모아 극복하는 유전자가 있다"며 시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자립지원과 골목환경 개선도 결실을 거둘 일만 남았다. 성적보다 재능에 투자하는 꿈나무장학금, 심신이 지친 청소년들이 등산으로 땀을 흘리며 인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희망원정대, 어린이가 어린이다움을 되찾도록 독려하는 동요대회 등 특색있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한 뒤 퇴폐주점처럼 영업을 하는 이른바 '빨간집' 없애기에 주력한다. 2015년 5월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았고 170곳 중 100곳이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았다.

박겸수 구청장은 "미래세대가 깨끗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결과"라며 "건물주 호응이 큰 만큼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1~2년 뒤에는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체장 신년 인터뷰" 연재 보기]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