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 분업 붕괴 … 경쟁력 약화

2017-02-17 10:47:00 게재

일관사육 생산성 낮아

GS&J연구소 보고서

송아지 생산부터 고기용 소까지 함께 생산하는 일관사육 한우농가가 번식과 고기용 소 사육으로 특화한 농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농업연구소 GS&J인스티튜트(이사장 이정환)는 16일 발표한 보고서 '한우 일관사육구조의 진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규모 농가들이 번식용 암소를 키워 송아지를 공급하고 대규모 농가들이 고기용 소를 키워 팔던 구조는 2000년 이후 일관사육체계로 바뀌었다. 한우를 10마리 이하 키우던 소규모 농가는 2000년 2세 이하 암소의 57%를 사육하고 1세 이상 수소는 14%만 키웠다. 반면 50마리 이상 키우는 대규모 농가는 2세 이하 암소 15%와 1세 이상 수소 40%를 사육했다.

이런 구조는 지난 10여년 동안 일관생산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해 50마리 이상 대규모 농가가 키우는 2세 이상 암소는 국내 암소의 58.9%에 이른다. 수소도 82%를 차지하고 있다. 10마리 이하 농가는 암소 중 7.5%만 담당하고 있다. 분업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조 변화는 한우경쟁력 강화에 부정적이라는 게 GS&J 분석이다. 연구소는 축산물검사평가원과 한국종축개량협회 자료를 이용해 번식농가 50호, 비육농가(고기용 소 생산) 50호, 일관생산농가 100호를 대상으로 암소개량과 번식실태, 비육성적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일관사육농가는 번식전문농가보다 번식률이 낮았고, 비육능력은 비육전문농가보다 떨어졌다.

번식농가 출산률이 일관사육농가보다 0.08마리 높았다. 송아지 출산간격도 번식농가가 13개월로 일관농가 13.4개월 보다 짧았다. 송아지 폐사율은 번식농가가 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마리당 수정횟수도 일관농가가 더 많았지만 역시 통계적 의미는 없었다. 다만, 더 좋은 암소를 생산하려는 개량노력은 일관농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육능력은 비육전문농가가 높았다. 거세 수소의 평균 도축체중은 일관농가가 422.6kg이었지만 비육전문농가는 428.4kg으로 5.8kg 많았다. 1kg당 도체 평균가격은 일관농가 1만5235원, 비육농가 1만5287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GS&J는 비육농가가 보유한 한우 유전능력이 일관농가보다 매우 낮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비육농가의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번식농가가 일관사육으로 바꾼 것은 송아지 판매 수익이 낮아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올리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경영합리화를 위한 일관사육이 아니라 송아지만 팔아서는 먹고 살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고기용 소까지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번식농가가 무너지면 한우산업 구조가 붕괴할 것"이라며 "번식농가가 일관사육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여건을 개선해 각 농가의 희망과 능력에 따라 번식과 비육 전문농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우산업의 장기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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