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미세먼지 정책 불신

"중국탓만 말고 국내 노력도 해야"

2017-04-07 11:15:20 게재

대기전문가·시민단체 지적 … 중국 배출량 미공개, 피해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중국발 미세먼지(PM 2.5)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정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환경부는 올해 4~5월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옅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 미세먼지 고농도 예측일수는 10~12일로 지난해 15일보다 적다. 5월은 9~10일로 지난해 9일과 비슷할 전망이다. 하지만 워낙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탓에 '믿을 수 있냐'는 반응부터 나오는 게 현실이다.

"아이야 마스크 쓰자"│네이버 카페 '미대촉(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의 한 회원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촉구 집회에서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중국이 책임 인정 안하면 승소 어려워"=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아예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법적 소송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최 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 등은 한국과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미세먼지가 심해 천식이 생겼다' 등을 골자로 3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동안 국경을 넘어서는 '월경 오염물질'에 대한 국제 분쟁 사례는 꽤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30~1940년대 벌어진 이른바 '트레일 제련소' 사건이다. 미국 워싱턴주 주민들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트레일 지역 제련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종 대기오염물질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지난한 재판 끝에 캐나다 정부는 미국 주민들에게 약 42만8000달러를 배상했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의 경우 이같은 '핑크빛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병천 아주대학교 교수는 7일 오전 10시에 열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법적 대응은 어렵다"며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한 외교협력이나 추동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외교 카드를 확보하는 게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소송을 통해 월경 오염물질에 대한 상대 국가 책임을 물으려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미세먼지 관련 배출량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역시 정확한 중국 배출량 자료가 없어 '국외요인'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 소송을 하더라도 캐나다처럼 중국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한 승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제조업 가동율 줄자 미세먼지 감소= 때문에 대기전문가들은 중국 탓만 할 게 아니라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7일 환경부가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현황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미세먼지 배출 삭감량은 280톤으로, 산업활동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지표의 하나인 제조업 가동율지수는 2015년 87.2(1~2월 기준)에서 2016년 85.5, 2017년 84.5로 감소했다.

환경부는 "산업활동에 의한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해 올해 1~3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만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내 노력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중국에게 미세먼지 대책을 아무리 강력히 요구해도 우리나라부터 먼저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중국은 최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석탄화력발전을 늘리면서 중국에게 미세먼지로 인한 배상을 하라는 요구가 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화석연료를 꼽으면서 석탄화력발전을 추가로 짓는 정부 정책간의 모순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바다 건너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공개 안한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부터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면, 중국 산업구조가 바뀌는 문제라서 너무 오랜기간 두손 놓고 있자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냈음에도 한쪽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허가해주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얼마나 정부가 국민 정서에 둔감한지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염 총장은 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환경을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에너지 정책이 필수"라며 "산업논리에 종속된 에너지 정책이 지속되는 한 미세먼지 해결책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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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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