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보장'을

2017-05-16 11:11:50 게재
개혁과 통합의 열망을 안고 문재인정부가 시작됐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태어난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할 일도 많다. 나는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보장'을 우선 주문하고자 한다.

지난 5월 5일은 95번째 맞이하는 어린이날이었다. 그날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하나는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 인구를 초월해 어린이보다 노인이 더 많은 첫번째 어린이날을 맞이했다는 기사였다.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데다가 지난해 결혼 건수가 30만 건을 밑돈 걸 감안하면 향후 어린이날 풍경도 올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날 연휴라고 학원과제 2배 늘어나

다른 기사는 어린이날조차 학원순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고달픈 일상에 대한 기사였다. 연휴라고 되레 학원과제가 2배 늘었다고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학과공부 강도와 시간이 세계 최고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두 기사는 인구절벽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작고 여린 어깨에 놓일 짐이 급격하게 늘고 있음에도 유년기조차 행복하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눈앞이 아득하지 않는가!

아이는 놀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성장한다. 우리 어른은 이미 그것을 경험했고 너무나 잘 안다. 행복하게 자란 인간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뿌리 깊은 나무는 웬만한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을 뿌리 깊은 나무로 키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정부는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보장'을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과도한 교육열로 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충분히 놀고 쉴 권리를 돌려주는 노력의 일환으로 성북구의 '아동·청소년 동행(同幸)카드'지원과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의 '학원 휴일 휴무제 법제화'를 들고 싶다.

'아동·청소년 동행(同幸)카드'지원 사업은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린 채 끼를 발산하고 꿈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한 우리 아동·청소년에게 스스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북구가 6월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1학년 학생과 만 13세 학교 밖 청소년이면 부모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연간 10만원의 포인트가 적립된 카드를 씨앗 삼아 건강한 '딴 짓'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학원 휴일 휴무제 법제화'는 충분히 쉬고 놀면서 창의적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내고 친구들과 협동하는 아동청소년으로 키우기 위해 적어도 휴일만큼은 놀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우리의 노력이 지금, 당장 절실한 이유다. 아이들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작은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선택의 폭 또한 넓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 있다. 지난 10년 간 예산 100조원을 쏟아 붓고도 실패한 저출산 대책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필요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주민과 직접 접촉해온 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의 삶과 밀착되어 이 문제를 해결해 왔던 지방정부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지방정부에서 검증받은 정책은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 시행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을 주문한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