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 '우병우 사단' 인적청산 … 검찰개혁 신호탄
주요사건 부적정 처리 검사들 수사지휘서 배제
합동감찰반, 이영렬 '김영란법' 위반 수사의뢰
검찰내 우병우 라인에 대한 전격 인사조치가 실시됐다. 법무부가 과거 중요사건에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수사지휘 보직에서 배제시켰다. 법무부는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일부 실시했다.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됐다.
윤 고검장은 '우병우 봐주기 수사' 논란, 정 부장은 '선거법 편파 기소' 논란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검사장급 인사들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낸 것은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보통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은 검사장을 달기 전에 가는 자리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정수봉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조치했다.
검찰내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에 대한 주요 직책 배제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공개한 우병우 사단 12명의 명단 중 이번 좌천성 인사에 포함된 인물로는 윤갑근, 정점식, 김진모, 전현준, 정수봉 등이 있다.
하지만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담당해 기소한 공을 인정받아 대구지검 검사장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보직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돈 봉투 만찬' 파동을 일으킨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이들도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검찰 고위인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20일만에 나온 결과로 검찰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반은 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 감찰반은 지난 4월 21일 저녁 술자리에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이영렬 전 지검장에 대해 법무부에 면직 징계를 청구했다. 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검 감찰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안태근 전 국장에 대해서도 면직을 청구했다. 안 전 국장은 만찬을 함께 하며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 6명에게 수사비 명목으로 70만~100만원을 지급, 특별수사본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해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전 국장에 대해서는 이 전 지검장과 달리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해임 다음으로 중징계인 면직은 연금은 삭감 되지 않지만 2년 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감찰반은 만찬 때 오고 간 돈이 검찰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다만 뇌물이나 횡령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법무부 감찰관)은 이날 이 전 지검장과 관련,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지급하고,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해 두 사람에게 각각 합계 109만5000원의 금품 등을 제공했다"며 "이는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지검장의 경우 모임의 성격이나 제공된 금액을 종합할 때 뇌물로 보기 어렵고 불법영득 의사에 의한 횡령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 총괄팀장은 또 "안 전 국장의 금품 제공이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검찰에서 법무부로 넘어온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이라 횡령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검사장 등의 뇌물·횡령 등 혐의 고발 사건을 1차장(노승권 차장검사, 돈 봉투 만찬 참석자) 산하 조사1부에서 2차장 산하 외사부에 사건을 재배당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나머지 만찬 참석자 8명은 경고 조치했다. 경고는 검사징계법에 명시된 공식 징계는 아니다.
검찰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빅2'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의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감찰반은 청와대에 감찰 결과를 보고하고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국 민정수석을 임명하면서 개혁의 신호탄을 쏜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역시 개혁 성향의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 장관은 비검찰 출신, 검찰총장은 전직 검사장 중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의지에 공감하는 인사가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뒤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과 함께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는 검사에 대한 징계가 청구되면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최종 심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