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정책으로

2017-06-20 10:27:45 게재
미세먼지를 둘러싼 논쟁이, 지구온난화로 앞당겨지고 있는 초여름 더위만큼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단지 뿌연 하늘을 보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우울감 때문이 아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자가 늘어나는 등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시민들이 체감하면서 관심이 집중된 결과이다.

한국갤럽이 6월1일자로 발표한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 정도'를 묻는 설문 결과, 57%의 시민들이 매우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내용에 대해 지난 2014년 시행했던 설문 결과인 45%에 비해 12%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로서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문제를 단시간 내에 해결할만한 대책은 존재하는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연소로 인한 미세먼지가 전체의 76%

먼저 미세먼지의 발생원별 기여도에 대해서 아직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첫째 이유이다. 주요 배출원별 배출량 조사는 잘 수행되고 있으나 도로 재비산먼지의 영향이나 연소과정에서 배출돼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생성 미세먼지로 전환되기도 하는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등의 기여도도 아직은 더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로는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외교적 노력 이외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손 놓고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일사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하며 대도시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오존문제가 가일층 심화되는 가운데 미세먼지까지 더해진다면 시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는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부터 노후 경유차 운행 억제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세먼지 배출원별로 실효성 있는 저감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는 대개 대증적(對症的)인 방법들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것은 '기후·환경친화적인 에너지정책으로의 전환' 이다.

이러한 전환이 필요한 첫번째 이유는 환경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발전소 제조업체 경유차 건설장비 등 에너지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량이 직접 배출량과 2차생성 배출량을 합쳐 21만4431톤에 달해 전체 배출량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가 미세먼지 발생의 근본 원인임을 뜻한다.

둘째는, 기후·환경친화적인 에너지정책을 시행할 때 미세먼지는 물론 오존문제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온실가스까지 저감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산업부문을 청정화함으로써 친환경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연료전지차는 물론 부수되는 이차전지산업이 활성화돼 관련 산업생태계가 구축되고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기후·환경친화적인 시장 더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

마지막으로 기후·환경친화적인 에너지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친환경 인식이 더욱 성숙해짐에 따라 녹색소비가 활성화되고, 이는 기후·환경친화적인 시장을 더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 여러 환경문제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환경문제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저성장 뉴노멀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신산업도 육성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기후·환경친화적인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적기이다. 빠르게 행동에 나설 때 풍성한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기준학 숙명여대 겸임교수 기후환경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