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무기 폐기 놓고 향응·금품 오가

2017-06-23 10:24:16 게재

법원, 국방부 출신 탄약전문가·업자에 '유죄'

탄약과 로켓 등 각종 군사용 무기를 폐기하는 사업을 놓고 금품과 향응을 받은 국방부 산하기관 직원과 이를 제공한 업자가 잇달아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기관 전문위원인 A씨와 다연장로켓 추진기관 폐기업체를 운영하는 B씨가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했지만 모두 유죄 판결이 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뇌물수수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 의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3169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국방부를 거쳐 국방기술품질원에 근무한 탄약 전문가다. 또 B씨는 육군과 130㎜ 다연장 로켓 추진기관 폐기 사업을 하는 H사 대표다. 육군은 매년 예산에 따라 로켓을 최대 3만발 한도내에서 비군사화(폐기처리)한다. 폐기하는 로켓발수에 따라 처리비용을 곱하기 때문에 관련 업체는 처리량이 많아질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A씨가 국방부에 근무하던 2012년 말부터 B씨와 만남이 이뤄졌다. B씨는 A씨를 만날 때마다 100만~1250만원씩 건넸다. 현금은 물론 현금카드까지 동원했다. 술자리에선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지출됐다. B씨는 이때마다 다연장 로켓 처리 물량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A씨가 국방부 근무시 받은 금품과 향응은 1500만원을 넘어섰고, 국방부 퇴직 이후 국방기술품질원 근무할 때도 16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국방부 근무 당시 업무를 하지 않았고 영향력을 미칠 위치가 아니었다"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가 된 시점은 예산안이 확정된 시기"라며 "추가로 물량을 늘리거나 줄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이 당시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전문성에 주목했다. A씨가 무기 폐기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았지만 전문성이 높아 유관 부서 등에 영향력이 높다는 것이다.

A씨가 근무하던 부서는 관련 업무와 연관돼 있고 해당 업무 관련 직원들도 경험이 부족해 A씨의 조언에 의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재판부는 "국방부와 기품원이 수행하는 업무 전반의 공정성 적정성 사회적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의 선고가 마무리 된 다음날인 16일 형사 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A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대표 B씨에 대해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향응 제공은 문제"라고 봤지만 "뇌물 공여 대가로 B씨가 상당한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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