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섬주민 삶 바꿨다

2017-06-28 10:16:56 게재

전남 섬 14곳, 에너지자립

전기 충분, 건조기도 가동

전기가 부족한 섬마을에 태양광 등을 공급하는 '전남도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섬 주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이 사업에 참여했던 중소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에 이어 수출까지 하게 돼 사업전망을 한층 밝게하고 있다.

전남도 등이 지난 2015년 신안 상태도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사진 전남도 제공

14개 섬 717명 혜택 = 전남은 전국에서 섬(2165개)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중 74개 섬이 그동안 디젤발전기로 전기를 사용할 정도로 불편한 삶을 이어왔다. 전남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0개 섬에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사업비 모두를 국비와 지방비, 한전 등 민간자본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난데없이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이 흉물처럼 보이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풍력발전기 소음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모든 게 꼬여갔다. 고심을 거듭하던 전남도 공무원과 한전 직원, 중소업체 대표들이 한 달에 2~3회 섬을 찾아 주민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꼬박 3달이 걸렸다. 마침내 2015년 4월 해남군 중마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기 500KW를 생산했다. 지난 3월에는 세월호 침몰해역인 진도 동거차도에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이로써 14개 섬에서 태양광 775KW, 풍력 510KW를 생산해 346가구, 717명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민 소득도 높아져 = 태양광과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서 섬 주민들의 생활이 확 바꿨다. 우선 중간 중간에도 끊기지 않는 전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마을회관이나 복지센터 전기료가 절약됐다. 실제 동거차도 동육·동막 마을회관은 매월 전기료 32만원을 아끼고 있다. 해남 상마도에 사는 최문일씨는 "우리 마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서 한 달에 전기료 200만원 정도를 절약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건조기와 저온창고를 설치해 주민소득을 올렸다.

진도 가사혈도는 톳과 미역 건조기 5기 설치해 연간 소득 2억원을, 진도 가사도는 건조기 32기를 운영해 연간 소득 12억7000만원을 올렸다. 또 해남 삼마도는 쓰레기 소각장(100㎏/hr)을, 신안 상·중태도는 해수 담수화시설(30톤/일)과 민박(2동 9실)을 운영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진도 가사도에 사는 이영환씨는 "예전에는 전기 때문에 저온창고나 건조기 사용을 못해 체념하고 살았다"면서 "올해 7가구가 건조기와 저온창고를 설치해 미역 등을 건조해 보관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중소업체, 기술력 높아져 =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기술개발'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사업 초기에 보급된 신재생에너지는 디젤발전기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가 2012년 진도 가사도에 국내에서 처음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및 저장하고, 디젤발전기와 자동으로 연동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전기가 일정하게 공급되면서 전자제품 수명을 연장했다. 에너지 자립 섬 사업에 참여한 한전과 중소기업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5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이 기술을 130억원에 수출했다. 이와 함께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와 전력기자재, 신재생에너지 설계 및 시공기술 등이 한층 고도화됐다. 정권성 (주)해바람에너지 대표는 "신재생에너지가 전남 섬에 계속 보급될 가능성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면서 "이제 기술개발이 이뤄져 사업전망이 한층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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