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갑질 탓 가맹점 매출 '뚝'

2017-07-03 00:00:01 게재

가맹점 매출 절반 이하로 … 피해입은 가맹점 지원법안 발의

"최근 치킨 판매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게 없는데 소비자는 우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호식이두마리치킨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울상이다. 프랜차이즈 본사 최호식 회장의 불미스러운 '성추행' 사건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매출이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라 소비자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질 않을 것 같다"며 "본사에서는 피해를 입은 가맹점에 대해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 오너들의 개인적 일탈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일 김영주(더불어민주당·영등포갑) 의원이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 카드매출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호식 회장 성추행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달 5일 이후 열흘 동안 하루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의 평균 매출 대비 최대 4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는 전월 대비 약 30%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틀 뒤부터 카드매출액이 전월 대비 30%가량씩 계속 줄었고, 주말 연휴에는 하락폭이 20% 수준으로 완화됐지만 월요일부터 다시 감소폭이 커져 지난달 13일에는 40%에 달했다.

최 회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소비자들이 SNS 등을 통해 불매운동을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부 김 모(42·서초동)씨는 "어느 부모가 오너가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치킨 브랜드를 찾겠느냐"며 "아이들 교육에 안 좋다"고 말했다.

피자 통행세 등 '갑질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미스터피자 역시 불매운동으로 가맹점 매출이 크게 줄었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지난해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후 가맹점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30~60% 줄었고, 최근 '치즈 통행세' 논란이 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반면 최근 치킨값을 최대 10%가량 자발적으로 내린 또봉이통닭은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약 10%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스터피자의 한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갑질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매출까지 줄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국회에서도 가맹본부 일탈로 피해를 입고 있는 가맹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준비중이다.

김관영(국민의당·군산) 의원은 지난달 20일 프랜차이즈 대표의 추문이나 일탈 행위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 경제적 피해를 본 가맹점주를 지원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호식이법으로 불리는 이법안은 가맹사업법상 가맹본부 준수사항에 가맹본부와 경영진이 가맹사업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과 가맹계약서에 경영진의 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조항을 담도록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프랜차이즈 본사 잘못으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볼 경우 가맹점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본사가 배상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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