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행은 과연 건강한가"

2017-07-05 11:41:38 게재

NYT, 트럼프 탈규제 방침 비판

미국 아닌 국제회계기준 따르면 자기자본비율 14→6.3%로 악화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건강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월가 탈규제 정책을 강행할 경우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사설로 지적했다.

지난달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34곳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모든 은행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NYT는 "미국의 은행들은 첫 번째 스트레스테스트가 시행된 2011년에 비해 확실히 건강해졌다"며 "하지만 이는 연준 등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가한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같은 은행의 건전성은 중대기로에 섰다"고 말을 이었다.

현재 연준의 은행개혁안은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거래수법을 제한하며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데 맞춰져 있다. NYT는 "하지만 이러한 필수조치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 전면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미 재무부는 '각종 규제가 은행의 대출을 방해하고 이는 결국 경제성장을 방해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NYT는 "은행 대출은 최근 수년간 적정한 수준으로 확장돼왔다"며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한 것은 의회가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월가 은행과 금융당국, 의회가 원하는 것은 이익만을 위해 과도하게 위험을 부담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그들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규제를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같은 움직임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NYT는 "역사적으로 탈규제 움직임이 있었을 때 결말이 좋지 않았다"며 "금융권 탈규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같은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NYT는 연준 스트레스테스트의 적정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연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알려주는 것보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연준 계산에 따르면 미국 8대 은행 자기자본(BIS) 비율은 2016년 말 14%에 육박한다"며 "하지만 미국기준이 아니라 국제회계기준으로 따지면 6.3%로 훨씬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건 파생상품의 위험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NYT는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파생상품이라는 폭탄을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엄청난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험에 합격했다며 배당잔치를 벌이려는 은행들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NYT는 "연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다며 은행들은 10년 만에 최대치의 이익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볼 것도 없이 최대 이익을을 가져갈 사람들은 주주와 경영진"이라며 "하지만 지속적인 은행 규제가 없다면, 그리고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더 견고한 감시가 없다면, 은행 투자자나 경영진이 가져갈 막대한 부는 미국민의 희생을 발판으로 얻어지는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보통의 미국민들은 은행 이익을 나눠가질 수 없다"며 "대신 탈규제가 경제위기를 몰고올 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 이미 역사는 그런 사례들을 많이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