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체험공간에 '모험'을 더하다

2017-07-07 09:58:12 게재

어린이·청소년 협동심·창의성 키우고

불암산 더불어숲·청소년 체험의숲 대표적

지상 4~6m 높이에서 쇠줄과 밧줄에 의존해 나무 사이를 건너고 모닥불을 지펴 고구마와 밤을 굽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어린이·청소년 놀이·체험공간에 '모험'을 더해 협동심·창의성을 키운다. 멀리 휴양림이나 수련시설을 찾지 않더라도 도심 가까이서 자연을 즐기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불암산 더불어숲을 찾은 청소년들이 협동체험 시설물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사진 노원구 제공


보름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1일 정식으로 문을 연 노원구 하계동 '불암산 더불어숲'이 대표적이다. 총 2만4351㎡ 규모 시설로 청소년 안전체험장과 모험시설 실개천 잔디마당 등이 들어서있는데 특히 협동체험시설과 모험시설이 눈길을 끈다. 난이도가 각각 다른 3개 구간에 34개 시설을 배치해 모둠별 의사소통을 하면서 동료애를 키우도록 구성했다. 여럿이 함께 흔들리는 널빤지에 올라서서 일정 시간동안 균형을 유지하거나 3명이 조를 이뤄 외줄을 타고 도착지점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문제해결 능력이나 창의성을 요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단결력을 키우거나 6m가 넘는 높이에서 동료를 의지하고 줄 위를 걷는 형태 등 의사소통에 기반해 협동심을 키우는 걸 목표로 설계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불암산이 체험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며 "청소년들이 개인주의와 입시경쟁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협동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숲에 앞서 지난해 4월 개장한 중랑구 망우동 '청소년 체험의 숲'은 서울시에서 처음 시도한 청소년 모험시설이다. 역시 난이도에 따라 3개 구간으로 구분돼있다. 지상 7m 높이에서 강철 줄을 타고 활강하고 공중에 매달린 통나무 징검다리를 건너고 가느다란 쇠줄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등 땅을 밟지 않고 이동하면서 총 64개 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캠핑숲 내에 자리한 중랑가족캠핑장과 연계한 체험도 가능하다.

불암산 더불어숲은 4000원에서 1만원, 중랑 청소년 체험의 숲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5000~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모험시설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홍태남 서울 영신간호비즈니스고등학교 교사는 "시설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개별 모둠별 단체별 체험이 가능하게끔 짜임새 있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접근하기 편리하고 시설도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자연 속에서 모험을 즐긴다면 어린이들은 그네나 미끄럼틀같은 천편일률적인 인공시설물이 없는 놀이터에서 창의력을 키운다. 도봉구 창동 초안산 '뚝딱뚝딱 놀이터'는 이름 그대로 어린이들이 스스로 놀이터를 변화시키면서 노는 공간이다. 흙놀이를 하면서 평평한 땅에 언덕을 만들 수도 있고 솔방울과 나뭇가지 곤충도 놀잇감이 된다. 모닥불을 지피거나 나무 타기, 웅덩이 파기 등 기존 놀이터에서는 금지된 놀이도 가능하다. 모험놀이터에는 놀이전문가와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연령대나 신체발달에 따라 다양한 놀이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종로구는 산자락은 아니지만 창신동 언덕빼기에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해 내년 3월 개장할 계획이다. 낡고 오래된 어린이공원 터에 놀이기구를 놓는 대신 흙벽놀이터와 모래놀이터, 황토가 깔린 오솔길을 조성한다. 흙과 모래의 촉감을 느끼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거나 보물찾기를 하며 창의력을 키우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유일한 시설물은 원뿔 모양 지붕 없는 건축물. 봉제산업이 활성화된 창신동 의미를 담은 골무 모양 시설 안쪽에 정글짐을 배치한다. 김영종 구청장은 "아이들이 나무와 풀에 둘러싸인 놀이터에서 자연과 친해지며 놀 수 있다"며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착공부터 준공까지 주민들이 최대한 참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육시설이나 유치원 어린이들도 숲속을 교실로, 자연의 산물을 장난감으로 삼아 뛰논다. 2012년 용산구 한남동 응봉공원과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공원을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 41개나 조성된 유아숲체험장이다. 시는 숲체험원과 숲체험장 동네숲터로 다양화해 2023년까지 4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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