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정은령 SNU 팩트체크 센터장

"팩트체킹은 저널리즘 최후의 보루"

2017-07-19 11:02:07 게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소장 윤석민)가 운영하는 팩트체킹 전문 플랫폼인 'SNU 팩트체크'는 19대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지난 3월말 출범했다. 서울대와 16개 국내 언론사의 협업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가짜뉴스와 맞설 팩트체크 전문기관을 표방했다. 언론의 무한경쟁 구도 속에서 16개 언론사가 함께 참여하는 것들 두고 평가와 전망이 엇갈렸다. 그러나 대선까지 팩트체킹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앞만 보고 달렸다.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다양한 교차검증 시도로 대선에서 팩트체킹을 언론의 주요 역할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대선이 끝나면서 일부 동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팩트체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참여하는 언론사는 대선 때 보다 더 늘어 22개다. 이 모든 과정의 맨 앞에 정은령 'SNU 팩트체크' 센터장이 있다. 그는 지난 대선의 경험을 교훈삼아 팩트체킹을 어떻게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때마침 얼마 전에 스페인에서 열린 전세계 팩트체커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참가할 기회도 가지면서 고민의 폭과 깊이는 더욱 커졌다.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참가한 소감과 한국형 팩트체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NU 팩트체크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한국에서 팩트체크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출범했다. 특징은 SNU 팩트체크가 플랫폼을 제공하고, 7월 현재 22개 언론사들이 팩트체크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를 포털인 네이버에 게시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모델이다. 그래서 하나의 팩트체크 협력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 SNU 팩트체크의 특징이다. 언론사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팩트체크라는 단일한 목표 아래 하나의 플랫폼에 느슨하게나마 협력하게 하는 형태를 갖췄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활동을 자평한다면.

언론사들이 같은 팩트에 대해 교차검증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언론사간에 협의를 한 것은 아니고, 때론 동일한 결론에 이르지 않고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 각 언론사가 왜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됐는지도 나란히 배열했다. 이런 것이 팩트체크 정보 이용자들에게는 왜 어떤 것은 사실이 되고, 어떤 언론사는 거짓이 되는지, 또 어떤 회사는 사실반거짓반이 되는지 결과값 뿐만 아니라 과정을 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팩트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다면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린 게 특징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특징은 'SNU 팩트체크'에서는 각 언론사가 팩트체킹을 해서 5점 척도를 통해 사실부터 거짓까지 판단을 하게 했다. 이런 종류의 판단을 하는 것을 지금까지 한국언론은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이다.

때문에 이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검증정보를 더 많이 붙여야했다. 정보의 수준과 질을 높이고 좀 더 심층적 취재를 하게 만드는 압박이 된 셈이다.

양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게 적은 양은 아니다. 2017년 3월 29일부터 대선 전날인 5월 8일까지 총 144개 팩트에 대해 검증을 했다. 교차검증까지 한 것을 포함하면 총 177개의 뱃지가 입력됐다. 일일 평균 4.3개 뱃지가 추가됐다.

아무튼 대선기간에 검증을 함으로써 각 언론사들도 경쟁적으로 팩트체크를 하게 됐고, 후보들도 '이건 팩트체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먼저 얘기를 할 정도였다.

그냥 모은 것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모아 차이를 드러낸 것만 해도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홍준표 후보가 발언한 내용이 가장 많이 교차검증이 됐는데 '소득분배 지니계수가 노무현정부 때 가장 나빴다'라는 발언에 대해 모두 5개 언론사가 검증했다. 한국일보 조선일보 KBS YTN 중앙일보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국일보 조선일보 KBS는 거짓이라고 판정했고, YTN은 대체로 거짓, 중앙일보는 사실반거짓반 이렇게 판정했다.

왜 동일한 사실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실반거짓반이라고 하고, 같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조선일보는 거짓이라고 판정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가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 이용자들에게는 이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누가 중간에 개입해서 그 값을 평균내거나 하지 않는 것도 의미 있다. 뉴스 이용자들이 자기가 평소에 하던 습성대로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마주칠 수 없었던 것을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에 참가한 소감은.

일단 지금 전세계적으로 팩트체크라고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한 분과가 아니라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트럼프가 있고 브렉시트 같은 상황 속에서 페이크뉴스(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다. API(미국언론재단) 톰 로젠스틸도 얘기했지만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공공이슈에 대해 참거짓이 가려지고 팩트가 뭔지를 알도록 하는 게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이다. 궁극적으로 해설형 저널리즘으로 가야 된다는 의미다. 저널리즘의 앞으로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이고 객관적인 저널리즘 모델은 흔히 인용부호 속에서 '누구는 이렇게 얘기하고 누구는 저렇게 얘기했다'면서 독자들에게는 '알아서 판단하시오' 이런 식이었는데 팩트체크가 들어오면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부담까지 저널리즘이 감수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에 대한, 정치인이나 공직자에 대한 얘기들을 넘어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들과 알아야 할 것에 대한 팩트체크,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가는 그런 과정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게 우리한테도 필요할 것 같다. 공직자나 정치인 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중요한 이슈에 대해 팩트가 확인돼야 한다.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미인가.

그렇다. 전자가 행위자 중심이었다면 후자는 사용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자동화 검증기술이라든가 이런 것도 결국 각자가 팩트체킹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손에 들려주자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가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보들이 축적돼 있어야 가능하다. 2016년 대선을 위해 2014년부터 준비하고 발언을 검증했다고 하는 것이나 모든 것은 스프레드시트에서 출발한다는 워싱턴포스트 설명처럼 우리도 굉장히 단단한 기반들이 있어야겠다고 느꼈다.

'SNU 팩트체크'도 자체 웹사이트를 갖고 있는데 지금 올라있는 정보들이 쌓이면서 다음 대선까지 가면 이것 자체가 비록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팩트체킹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일단 방법론이 좀 더 정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에 따라 혹은 정파성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면 곤란하다. 일관성이 없다면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 워싱턴포스트 피노키오 척도도 사람들이 피노키오를 더 줘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국내 각 언론사에서도 자기 측정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하고, 그런 원칙이 공감대를 얻고 확산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미디어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의 언론사가 출자해 하나의 매체 팍티스크(Faktisk)를 만들었다. 언론사보다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신뢰를 더 오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팩트체킹은 한 언론사만이 아니라 공공의 신뢰, 저널리즘 전체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보루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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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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