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에 '일시정지' 버튼"

2017-07-21 11:10:44 게재

'통화전쟁' 제임스 리카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에 대해 백기투항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는 주장이다.

'통화전쟁' '화폐의 몰락'의 저자로 유명한 경제전문가 제임스 리카즈는 최근 금융뉴스레터 '데일리 레커닝'에서 "7월과 9월 또는 11월 금리정책회의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인상한다면 12월 13일(현지시간)이 될 것이지만 12월 가능성도 현재로선 50%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리카즈가 백기투항이라고 해석하는 근거는 연준 내 입장을 대변하는 2명의 FOMC 위원 발언이다. 그는 "연준 내 금리결정 투표권을 가진 위원 가운데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 빌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며 "옐런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는 최근 금리인상을 잠깐 멈추고 자산축소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리카즈 글 전문.


지난 13일(현지시간) 옐런의 의회 증언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반면 브레이너드가 11일 컬럼비아대 학술회의에서 한 발언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당시 브레이너드 발언은 시장에 미치는 연준의 영향력과 관련해 옐런의 발언보다 훨씬 중요했다.

연준은 정상금리 범위로 생각하는 3.25%에 도달하기까지 매번 FOMC에서 0.25%p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속도가 둔화하고 △디스인플레이션(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거나 △주식시장이 5% 이상 하락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연준은 금리인상 경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물론 그같은 요소가 없다면, 연준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금리인상 자동항법 버튼을 누를 것이다.

연준은 오는 9월 FOMC에 한 달 100억달러씩 자산을 줄여나갈 것이다. 이후 축소규모를 한 달 500억달러씩으로 높여 현재 4조5000억달러인 자산규모를 2조5000억달러로 낮출 것이다.

자산 축소는 배경 설정으로 의도된 것이다. 통화정책 도구로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아니다. 자산규모 정상화 경로는 앞서 언급한 일시정지 요소들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 즉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야 하는 요소는 바로 디스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측정지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이다. 연준 목표는 Core PCE 2%다. 하지만 지난 2월 Core PCE는 1.8%, 3월 1.6%, 4월 1.5%, 5월 1.4%에 그쳤다. 6월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 달과 크게 달라지리라 보기 어렵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미국 경제의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다는 점이다. 연준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옐런 의장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인정한 바이기도 하고, 그가 9월 금리인상에 백기를 던졌다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

브레이너드는 옐런보다 더 세세하게 설명했고,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그는 "9월 금리인상에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5월 30일 뉴욕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이달 11일 그의 발언은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성격이었다.

브레이너드는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금리인상과 자산축소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두 가지 방법 모두 통화긴축적 성격을 갖고 있고, 또 달러강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달러강세는 파급효과가 크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 해당국 금융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준다.

2013년 5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나 2015년 8월 중국 통화가치 절하와 미 증시 급락, 2016년 1월 중국의 은밀한 통화가치 절하와 미 증시 급락 등이 모두 달러강세와 관련한 파급효과 사례였다. 브레이너드는 연준이 통화긴축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달러강세가 야기하는 국제적 파급효과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산축소는 금리인상보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해 자산축소가 금리인상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따라서 현재처럼 경제적 제조건이 양호하지 않을 때 연준은 환율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금리인상을 잠깐 중단하고 자산축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브레이너드의 연설 요지였다.

그의 입장은 '금리평가이론'(interest rate parity)에 기반한 것이다. 금리평가이론은 국가간 자본이동 규제가 없는 완전한 금융시장을 가정할 때 국가간 금리가 동일해진다는 내용이다. 국가간 자금은 이자율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이동하며 또 각 외환시장에서의 장래시세 예상에 따라 그 자금이동은 균형을 찾게 된다. 만일 동일한 금융상품에 대해 국가간에 가격이 서로 다르다면 재정거래가 일어날 것이며, 그 결과 금융상품의 가격과 환율이 변동돼 궁극적으로 재정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균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단기금리 변화(연준 정책금리에 큰 영향을 받음)는 중기금리 변화(자산축소에 큰 영향을 받음)보다 환율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금리평가이론이 이제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70년대 고정환율제가 폐지된 이후 등장한 이론이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핫머니가 날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금리평가이론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대표적 사례다. 일단 완전한 금융시장을 가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따라서 이 이론을 적용해 자산축소를 시작한다면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다. 아마 경기침체가 올 것이다. 주식시장의 20% 추락이 예상된다. 심각하면 올 연말엔 30% 붕괴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1분기 GDP성장률은 1.4%였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최근 2분기 성장률을 2.4%로 추정했다. 이는 5월 1일 추정치 4.3%, 6월 13일 추정치 3.0%에 비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애틀랜타연은의 추정치가 들어맞는다면 미국의 올 상반기 GDP 성장률은 1.9%에 그친다. 2009년 6월 극심한 경제침체부터 지난해까지의 평균 성장률 2.03%보다 더 낮은 수치다.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은 미진하고 소매매출과 실질임금도 제자리걸음인 데다 노동참가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유일한 성장은 증시지수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옐런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는 금리인상을 잠깐 멈추는 한이 있어도 자산 축소는 예정대로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주식시장 붕괴라는 레퍼토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손님은 △통화긴축 △미약한 경제성장 △증시의 '나홀로 활황세'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그런 요소가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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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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