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일용근로자에 대한 소고

2017-08-09 10:44:04 게재
며칠 새 폭염과 후덥지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여름 불청객이 반갑지만 않다. 이런 날씨에 유독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강렬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일하는 건설근로자들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쿨 라운지'를 설치하는 현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현장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규모 건축현장에서는 꿈같은 얘기이지 싶다.

건설근로자의 삶은 힘들다. 타 산업에 비해 임금체불과 산재 비율이 높다. 역량있는 건설기능인은 고령화되고 있고 그 마저 줄고 있다. 직업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청년층의 건설현장 진입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건설현장의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그 자리를 확장해가고 있다. 그들이 짓는 각종 생활시설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지원제도 사각지대

건설산업은 수차례 하도급 단계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기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근로자를 비정규 형태로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렇다보니 건설근로자는 현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할 수밖에 없고, 정규 근로자처럼 퇴직금 혜택을 보기 어렵다.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현격히 낮다. 직업소개소를 전전하며 수수료까지 내면서 일자리를 얻는다. 임금을 제 때에 받지 못해 체불도 많이 발생한다. 건강검진, 학자금 지원 등 최소한의 복지혜택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이렇게 근로기준법 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이다. 현장을 옮겨 다니다보니 노후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건설근로자 특성에 맞게 1998년부터 도입된 제도이다. 건설사업주가 건설근로자를 피공제자로 해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건설근로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하거나 사망, 60세에 이른 때에 본인 앞으로 적립된 공제부금에 소정의 이자를 더해 퇴직공제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 업무를 주관하는 곳이 바로 건설근로자공제회이다. 공제회는 지금 건설근로자 고용복지 중추기관으로 도약하고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건설근로자라면 누구나 퇴직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적용대상 사업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현행은 공공 3억, 민간 100억원 이상 공사(약 69%)현장만 적용받고 있다. 이에 공공은 즉시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고, 민간은 단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퇴직공제금 수준도 높여야 한다. 현재 공제부금 일액은 4천원으로 적립수준이 2.7%에 불과해 일반근로자의 법정 퇴직금 적립률 8.3%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현행 법령내에서 가능한 금액인 5천원까지는 고용부와 국토부가 협의만 하면 인상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안타깝기만 하다.

노후 안정과 고용복지 확대해야

이밖에도 청년층의 진입과 숙련기능인력 확보를 위한 도제식 훈련 실시와 건설현장 수요에 맞는 체계적인 인력양성을 위해 직영 전담훈련센터 건립이 필요하다. 또한, 수수료 걱정없는 무료 취업지원센터의 확충과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 공제회는 설립 20주년을 맞이하였다. 마침 고용노동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된 지 4년 만에 경영평가 우수등급을 받음으로써 20주년의 의미가 더욱 뜻 깊다고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근로자를 위한 유일한 공공기관이 공제회임을 항상 자각하고 건설근로자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업계, 노동계, 공제회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강본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