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7조' 위헌 제청, 7전8기 성공할까

2017-08-14 00:00:01 게재

수원지법 김도요 판사, 8번째 신청 … "헌법과 국제인권규약 위반"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이른바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 등을 처벌해 온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에 대한 위헌 심판이 제기됐다. 수원지방법원 김도요 판사는 지난 4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 모씨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의 빌미로 악용된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차례의 헌법재판소 위헌법률 심판에서 '합헌'으로 판결받았다. 김 판사의 도전은 8번째로 7전8기만에 '위헌' 판결이 날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보법 1항과 5항이 문제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5항은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 등은 2006년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4건의 이적표현물 문서파일을 전송받은 뒤 이듬해 1월 또 다른 사람의 이메일로 보내 이들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2011년 재판에 넘겨져 6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이 '헌법상 표현·양심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국제인권위원회) 권고,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국제인권규약)에 위반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국제인권규약은 국내법적 효력" = 김 판사는 제청 결정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우리나라가 1990년 4월 비준하고 같은해 7월 발효된 국제인권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인권규약 제19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간섭을 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여타의 매체를 통해서,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수용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국제법 학계에서의 대부분의 견해는 국제인권규약을 직접 적용가능한 규약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판사는 "국제인권규약이 다른 국내법과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그 효력의 우위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와 관련해, 국회의 비준을 받아 법률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아 신법 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해가 전통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 견해에 대해 국제인권규약의 성립과정, 성립형식, 개개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문언 제 규정을 고려해, 위 규약이 헌법적 효력을 가지거나 국내 법률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견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조약과 달리 헌법적 규범" = 김 판사는 국제인권규약이 다른 국가간 조약과 달리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법상 조약은 일반적으로 국가 간의 합의를 기반으로 '상호 이익교환'이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취한다.

그에 반해 국제인권규약은 개별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추구할 '보편적 인권의 신장 및 보장'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작성됐다. 인권 및 인도적 성격의 조약은 '조약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60조 제5항에 따라 '체약국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나 중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탈상호주의'의 속성을 갖는다.

김 판사는 "이러한 특징을 고려할 때 국제인권규약의 상당 부분은 조약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53조에 규정된 강행규범에 해당하므로, 다른 통상의 임의규범에 해당하는 조약보다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제인권규약 제1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부분은 헌법 제19조와 제2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에 부합하며 더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헌법적 차원의 법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위, 4차례나 "국보법 7조 우려" = 국제인권규약에 따르면 가입국은 규약 발효 후 1년 이내에 최초보고서를 제출하고 이후 5년마다 정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국제인권규약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 국제인권위원회는 보고서를 검토해 일반적 의견을 당사국에 전달한다.

국제인권위원회(위원회)는 그동안 총 4차례 의견을 우리나라에 전했는데, 4차례 모두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회는 1992년 7월 최초보고서에 대한 의견에서 "국제인권규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완전히 실현시키는 데 있어 국가보안법이 주요 장애물이라고 인정되며,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진지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9년 11월 제2차 정기보고서 의견에서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며 "국가보안법 제7조에 있는 '반국가단체 찬양'은 그 처벌 범위가 불합리하게 광범위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약 제19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은 규약에 부합하도록 국가보안법 제7조를 반드시, 시급하게 개정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6년 11월 제3차 정기보고서 의견에서는 "위원회는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에 따른 기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며 "이 조항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규약 제19조 제3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당사국은 국가보안법 제7조와 이로 인해 부과된 형벌이 규약의 요건에 일치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긴급한 사안으로 삼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강한어조로 '국보법 7조 폐지' 권고 = 2015년 11월 제4차 정기보고서에 대한 의견에서는 제3차에 비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강한 어조를 사용해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계속되는 기소, 특히 비합리적으로 대략적으로만 규정되어 있는 모호한 제7조에 따른 기소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처럼 계속되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기소는 공적인 대화에 냉각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며, 수많은 사건들에 있어서 불필요하고 균형에 맞지 않게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검열의 목적으로 점점 더 사용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동시에 이 사실을 지적한다"며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조약은 단지 사상이 적국의 것과 일치하거나, 적국에 대한 공감을 초래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상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는 바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분명한 의견을 표명했다.

오히려 음지에서 생존하게 도와줘 = 김 판사는 또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고 명확성의 원칙을 결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 예정한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 등은 ... 사실상 북한의 주장이나 사상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표현행위를 하는 것을 거의 전부 포괄하고 있다"며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아니하는 객관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행위자가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거나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 때에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북한의 선전과 조금이라도 유사하거나 북한 구성원에 대한 호의를 표출하는 경우에 어떠한 표현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예측하기 어렵게 해, 행위규범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와 같이 불명확한 조항에 근거한 형사처벌이 과거 남용되어 왔던 역사적 경험과 결부돼, 북한이 선전하는 내용이나 북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장을 극도로 조심하게 해, 그 결과 자기검열에 의한 위축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표현이 '사상의 시장'에 진입하고 유통되는 것 자체를 막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사상의 시장'에 나왔더라면 경쟁해 도태되었을 만한 이성적이지 않은 표현의 내용들이 음지에서만 유통되어 오히려 '권력으로부터 억압받는 사상'의 가면을 쓰고 잔존할 수 있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의도하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상의 시장 허약하다는 우려와 공포 = 김 판사는 국가보안법 해당 조항이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장이 사상의 시장에 유통·전파됨으로써 곧바로 그에 동조하는 주장이 위험할 정도로 확산되어 그러한 혼란을 틈타 북한의 무력행사가 용이하게 되는 위험에 대비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확신과 의식을 '사상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하다는 우려나 공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역사적 경험에서 드러나는 국민의 의식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위해가 현실적이고 명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독일은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68년에 공산당을 해산된 때부터 10여년 만에 합법화시켜, 다양성과 관용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였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 등이 북한의 사상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표현을 제어하지 않아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제한함으로써 더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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