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 오른팔 스티브 배넌 경질 후 세 갈래 변신 시도

2017-08-25 11:11:42 게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주간을 보낸 후에 한때 오른팔로 꼽았던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경질한 것을 계기로 세 갈래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고립주의 대신 개입주의로 선회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인종주의와 관련해 양비론에서 백인우월주의 규탄에 무게를 두며 분열증오 대신 단합 치유를 호소하고 있다. 백악관 내부에선 경쟁체제에서 권력암투와 무질서만 초래시켰다가 단일 명령체계로 재정비하고 있다.

극우파의 상징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수석전략가의 경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기조가 분명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넌의 주한미군철수와 중국과의 무역전쟁 주장과 같은 미국우선 고립주의 보다는 국제협력 개입주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밤 발표한 새 아프간 전략은 확실한 외교안보정책 기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원래 본성은 철군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백악관 오벌 오피스 데스크에 앉으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프간 철군에서 증파로 선회했음을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은 미국이익이 거의 걸려 있지 않은 아프간에 미군을 증파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던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의 고립주의를 일축한 것이다. 대신 제임스 매티스 국방,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H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 관의 주장이 승리한 것이다. 아프간 증파를 놓고 배넌과 맥매스터는 사활을 건 암투를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버리고 아프간 증파를 선택함으로써 앞으로의 외교안보정책에서도 보다 전형적인 국제협력, 개입정책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특히 대북정책을 포함하는 한반도 정책에서는 배넌이 경질 직전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주한미군철수론과 같은 고립주의는 설자리를 잃고 존 켈리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HR 맥매스터 등 이른바 트럼프의 장군들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손잡고 한미동맹 중시, 외교적 해결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배넌이 해임 이틀 전 주장한 주한미군 철수 론은 언뜻 보기에 전쟁대신 협상 하자는 대북협상론으로 보였지만 미국이 한반도에서 피를 흘릴 필요가 없으며 아예 주한미군을 철수 시키고 한국방어에서 손을 떼자는 '미국우선 고립주의'로 해석돼 트럼프 정책과 상충되고 위험한 발상 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분열 갈등 부채질에서 단합치유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는 해묵은 분쟁거리 인종주의를 둘러싸고 파문진화에 애를 쓰고 있다.

버지니아 샬러츠 빌에서 KKK, 네오나치를 포함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와 차량돌진 테러행위로 불거진 인종갈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호된 비판을 사왔는데 이제는 불끄기에 더 신경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는 첫 입장을 표명하며 '여러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혀 양비론을 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공화당 상하원의원들도 성토하고 나섰다. 그러자 14일에는 백악관에서 KKK, 네오나치를 포함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은 범죄자, 살인자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단 하루만인 15일에는 "두 편이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 대안 우파뿐만 아니라 대안좌파도 책임 있는 것 아니냐고 양비론으로 되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즉각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북돋아 주고 인종주의, 인종갈등, 인종증오, 내부 테러를 부채질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미 언론들과 전문가, 정치권 등이 일제히 성토했다. 이 때문인 듯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애리조나 방문 등에서도 자신은 처음부터 인종증오, 편견, 폭력을 강력히 규탄 했다면서 부정직한 언론들이 가짜 뉴스로 왜곡시킨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인종편견과 증오, 폭력은 결코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단합하고 치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부 정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출발부터 백악관을 경쟁체제로 꾸려 흡사 충성경쟁을 시키려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라인스 프리버스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날 극우파의 상징인 스티브 배넌을 수석전략가라는 자리까지 만들어 함께 기용한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서는 딸과 사위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까지 선임고문으로 백악관에 들여앉혔다. 이러다 보니 백악관에서는 프리버스파, 배넌파, 쿠슈너파로 삼분오열돼 치열한 권력암투가 벌어졌다. 트럼프가 배넌 과 쿠슈너를 공개 경고까지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암투는 계속되고 무질서한 이전투구장이 되버렸다. 결국 프리버스가 데려온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6월 하순 사임했고 그의 보스 프리버스 비서실장도 트럼프가 월가에서 데려온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으로 부터 욕설까지 듣고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에 해병대장 출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기용하며 백악관 정비의 전권을 부여했다. 켈리 비서실장이 부임한날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열흘 만에 해임됐다.

백악관 내부 경쟁체제에서 단일체제로 재정비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를 해임시키는 것으로 백악관 체제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취임하면서 트럼프 백악관은 경쟁체제에서 단일명령체제로 바뀌고 있다. 모든 백악관 관리들은 켈리 비서실장에게 보고토록 되어 있으며 켈리 실장은 군기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배넌과 가까웠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옛 보좌관 출신인 스티븐 밀러 정책보좌관 등 강경파들이 백악관에 남아 있으나 백악관은 이제 켈리 단일 명령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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