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 '힘을 통한 협상'으로 대북전략 활로 찾는다

2017-08-25 11:11:16 게재

한반도 안보위기가 다소 진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면서 전쟁 대신 협상이 거론되고 있다. 갑자기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할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8월 한반도 위기설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도 대통령 말 한마디나 트윗으로 전쟁불사로 치닫는 듯 했으나 결국은 전쟁보다 협상을 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장군들 조언을 경청하며 '힘을 통한 협상'이라는 대북전략으로 활로를 찾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발장전에서 상호존중으로 말 바꾼 트럼프

한반도에 전운이 갑자기 짙어졌던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 통첩성 대북경고를 쏟아냈고 북한도 전략군을 통해 괌기지 주변 미사일 발사까지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군사해결책의 장전완료'라는 용어를 동원해 한반도 전쟁도 불사할 듯 한 태세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거의 정반대로 톤다운 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행한 캠페인 스타일의 대중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아마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정권이 과거와 달리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며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특히 "북한이 긴장 수위와 도발을 억제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가 북한과 가까운 미래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의 시작점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괌 주변 미사일 타격 계획을 보고받고는 "미국의 태도를 더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한데 대해 긍정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으로 미루어 북한과 미국이 무력충돌코스에서 전격 협상국면으로 급선회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전략은 이제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의 경질로 '힘을 통한 협상'(Negotiation from Strength)으로 확실하게 정리된 것으로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선임국장이 규정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이를 '군사력으로 뒷받침하는 외교'(Diplomacy backed by Force)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전임행정부들과 비슷하게 채찍과 당근을 함께 꺼내드는 투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게 와일드카드를 꺼내들고 막판까지 몰고 가는 벼랑끝 전략을 쓰는 게 이전 행정부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한 채찍으로 첫째 실질적인 군사옵션을 마련해 장전까지 완료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펜타곤과 미군지휘부는 실제로 B-1B 전략 폭격기를 동원한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폭격안을 마련해 놓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전단,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F-35 최신전투기 등 첨단무기들을 총동원해 북한의 반격능력까지 분쇄하며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 옵션까지 갖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이러한 군사옵션들을 이미 연습해오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전이 실행될 때마다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에 출동시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북전략 '힘통한 협상'으로 정리

둘째 미국은 외교적 경제적 제재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중간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회사들을 새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산동결과 미국과 거래금지 조치를 취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불리는 제 3자 제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세컨 더리 제재가 본격화되는 시점은 북한과의 무역은 물론 금융거래의 90%이상 담당하고 있는 중국금융 기관들, 그중에서 중국의 대형은행들까지 제재하는 순간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중국 금융기관들 중에서는 지역의 소규모 은행인 단둥은행 한곳만 제재하고 있는데 메이저 은행들까지 제재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끊어 놓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메이저 은행들까지 제재해 미국금융망에 접근을 금지시킨다면 미중간 금융전쟁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선뜻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신에 북한 자금을 돈세탁해준 제 3국의 자금이 미국 금융망에서 걸려들었을 때 몰수 조치하는 법적조치를 처음으로 취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손에는 강한 채찍을 들면서도 다른 한손에는 당근도 잡고 흔들어대며 협상 활로를 찾고 있다고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선임국장은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비공개 막후 외교채널인 이른바 백채널(Backchannel)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 국무부의 한국계인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박성일 차석대사가 뉴욕접촉채널을 통해 수개월간 비밀접촉을 해온 것으로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후 접촉을 통해 위기를 관리해 나가는 등시에 분위기와 조건을 성숙시키는 대로 공개적인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가동 중인 협상 채널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문재인정부와 역할 분담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압박과 위력시위로 나쁜 경찰(Bad Cop) 역할을 계속 맡고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해결과 남북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좋은 경찰(Good Cop) 역할로 분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미 양국이 역할분담론에 합의 하면 한미동맹의 공조균열 소리를 듣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분수도 있을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한국 동의 없이도 한반도 밖에서의 군사력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고 해도 한미동맹의 신뢰만 확고하다면 협상전략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선임국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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