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 보호'관점에서 성착취 판단해야

2017-08-31 10:44:54 게재
군산에서 14살 많은 아동복지교사가 지역 아동센터를 다니던 12살 초등학생을 임신시켰으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피해학생이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고, 두 사람이 결혼서약을 한 점, 사실혼 관계인 점, 두 사람이 꾸린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그 후 남성의 집에 들어가 동거생활을 하던 피해 여중생이 결국 남성의 성적착취에 대한 괴로움 등을 호소하며 집을 나왔다.

기소유예처분을 한 사건에 대한 당초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수사미진이라고 할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관계를 하게 되면 상대방은 미성년자의제강간으로 처벌된다.

12살 학생이 임신했고, 상대남성이 성관계를 인정한 이상 범죄사실은 명백하다. 당초 기소유예 처분의 문제점은 수사미진이라기 보다는 피해아동 보호관점에서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아동·청소년 보호는 국가의 책무

아동·청소년을 폭력, 착취,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어른들의 의무이다. 12세 아동이 저항없이 어른과 성관계했다는 이유로, 아동이 성인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성관계, 사랑을 지지하고 법적으로 보호해 줄 수는 없다. '아동 청소년의 성'은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자신의 의사와 행동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중학생 미만의 아동과 성관계를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성착취이다. 군산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족의 지지기반은 미약하다. 가해자들은 아동의 열악한 상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취약한 위치에 처한 아동보호를 아동의 부모,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아동을 성적착취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최소한 의무교육은 정상적으로 받도록 하고, 건강하게 성장해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군산사건에서 기소유예처분을 하면서 결혼서약, 사실혼, 가정의 행복을 언급했다. 하지만 12세 아동의 결혼서약을 존중한다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2세 피해아동이 성인 상대방과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향후 겪게 될 성적 착취에 대해 수사기관은 사랑이 아닌 '피해아동 보호관점'에서 진지한 고민을 했어야 한다.

군산사건과 달리 최근 법원에서 13세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여자강사를 아동복지법상의 아동학대로 유죄판결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의 육체적 성숙도나, 성관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것은 아동학대죄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어떤 검사, 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유무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판검사에 따라 유무죄 결과 달라지는 건 말도 안돼

많은 아동들이 장기간 학대에 노출되면서 자신의 어떤 권리가 침해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신이 처한 힘겨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 피해사실이 드러난 이후 맞게 될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쌓여 피해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그들은 가해자에 대한 좋은 감정과 불편한 감정 즉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을 염려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학대상황에 노출된 아동의 심리적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아동학대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아동의 의사'를 학대유무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했다는 아동의 의사보다는 아동과 가해자의 나이차이, 두 사람의 관계의 본질, 아동을 보호할만한 가족의 지지기반, 아동이 처한 취약한 경제적 상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피해아동 보호관점'에서 학대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재련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