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과 애수의 감성을 담은 플라멩코에 빠지다

2017-09-08 10:52:03 게재

‘아모르데 플라멩코’

기타 선율의 음악이 흐르자 화려한 의상을 입은 그녀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작은 화려하지만 ‘정열’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표정 몸짓 손짓 하나에 섬세한 감정들이 느껴지고, 힘차게 마룻바닥을 울리는 발짓은 탭 댄스와 비슷하지만 더 힘차고 절도가 느껴진다. 매주 월요일 오전, 그랜드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잠시 벗어놓고 플라멩코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들, 아모르데 플라멩코 회원들을 만났다.

할수록 오묘하고 깊은 감정 표현이 매력
흔히 플라멩코는 화려한 외형 때문에 탱고와 혼돈하기 쉽지만 탱고는 유럽에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로 이주한 이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민족음악이고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발달한 집시들의 민속음악과 무용이다. 말하자면 플라멩코는 집시 방랑 문화의 산물로 박수나 손가락, 그리고 ‘할레오(Jaleo)’와 ‘올레(Ole)’ 등 일종의 효과음과 부채나 캐스터네츠와 같은 도구를 이용한다는 점이 플라멩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매력적인 ‘플라멩코’를 즐기는 일산지역 동호회 ‘아모르데 플라멩코’는 지난 2011년 6명의 수강생들로 시작해 지금은 30~60대까지 15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지도를 맡고 있는 올리바 선생은 플라멩코 교육 전문강사(교육부-서울시교육청 소속), 한국예술플라멩코협회 이사, 아모르데플라멩코(서울 사당동, 일산) 원장, 올리바의 아모르데 플라멩코 무용단장을 맡고 있다.
올리바 선생은 “플라멩코는 춤과 사바티아드(발을 구르며 내는 소리)와 팔마(손뼉소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시 특유의 애절한 감성이 담긴 노래와 기타 연주에 맞춰 정열적이면서도 애수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 주는 멋진 춤이죠. 처음에 초보자들은 화려하고 격정적인 멋에 이끌리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오묘하고 깊은 감정 표현이 매력이에요”라고 한다. 올리바 선생은 매주 월요일 일산 그랜드문화센터에서 플라멩코 기초반과 중급반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송에 오픈한 ‘고양스타필드’에서도 플라멩코 강습을 열 예정이다.

연습실 옮겨 다니며 실력을 쌓는 동안 정도 깊어져~
7년이 지난 지금 ‘아모르데 플라멩코’는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에는 연습실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다. 화려하고 격정적인 동작 때문에 연습실을 구할 수 없어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실력을 다져온 이들은 그랜드문화센터에서 올리바 선생으로부터 강습을 이어가면서 지난해부터는 ‘아람마당’에서 매주 목요일 작품 연습도 할 수 있게 됐단다. 이미원 회장은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지만 연습할 장소가 없어 야외에서 연습하다 비를 맞기도 하고...그런 시간들이 회원들 간의 정을 더 끈끈하고 돈독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라고 회원들 간의 특별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전혜리 총무는 “플라멩코라는 춤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는데 연습 때마다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회원들 간의 정이 더 열정적으로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이들 회원들은 그랜드문화센터 정기 강습 외에 회원들 중 발레를 전공한 이지연씨의 리드로 목요일마다 아람마당에서 공연이나 발표회의 작품 연습을 하며 실력을 다지고 있다. “이제 조금 플라멩코의 멋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지만 플라멩코 배우기 참 잘했다 생각해요. 춤의 완성도보다 좋아하는 걸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모르데 플라멩코’ 회원들은 지난 목요일 ‘고양 스타필드’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여 많은 주부들에게 ‘플라멩코’의 매력을 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니인터뷰


플라멩코의 매력을 꼽으라면 ‘여자들만의 카리스마’, 표정과 눈빛이 도도하면서 품위기 느껴지는 매력이라고 할까요. 제게 플라멩코는 즐거운 취미생활이죠. 춤을 완벽하게 추는 것보다 배우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빠르게 스텝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운동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도 되지만 팔 동작이 많다보니 주부들의 고민거리인(웃음) 팔에 탄력이 생기고 라인이 예뻐진답니다. (이미원 회장)


플라멩코는 무엇보다 ‘절제미’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하고 오버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서 절제하는 멋과 카리스마, 다양한 박자감 등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이 있지요.또 처음에는 화려한 외적인 모습에 끌렸다면 하면 할수록 감성적인 표현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동호회 연습 외에도 올리바 선생님께 따로 교습을 받으면서 플라멩코 강사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혜리 총무)


저는 발레를 전공하고 아이들도 가르치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발레를 쉬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플라멩코 공연을 보게 됐는데 발레와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죠. 발레가 아름다운 춤이라면 플라멩코는 멋있는 춤이라고 할까. 목요일마다 아람마당에서 작품 연습을 할 때 리더를 맡고 있는데 실력이 좋아서 라기 보다 아무래도 발레를 했으니까 막내인데도 리더를 하게 됐어요.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을 의상과 액세서리를 제대로 갖추어 공연이나 발표회에 선보이고많은 분들이 플라멩코에 관심을 보일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이지연 리더)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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