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 의무화' 입법 추진

2017-09-26 10:24:54 게재

김영호 의원 등 특수교육법 개정안 발의 … "제도보다 의식전환 더 시급"

국회가 자치단제장 등에 특수학교 설립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을 추진, 장애학생 교육권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주민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20년까지 전국에 18개 특수학교를 개교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 지역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현재 특수교육대상자는 8만9353명에 달한다. 10년 전인 2007년에 비해 2만3413명(35.5%)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특수학교 증가는 29개에 그쳐 교육대상자의 71%가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다. 또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상당수도 장거리 통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제도로 장애인 교육권 확보 =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 설립이 어려운 것은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여기는 님비현상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주민반대가 커지면 선출직인 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 등의 의지가 약해지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장애단체 간부는 "그동안 주민 반대보다 이를 핑계로 방관하는 정부, 자치단체, 교육청이 더 문제였다"면서 "여론이 잠잠해지면 이들이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스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영호 의원(민주당)은 25일 지역 내에 일정 수 이상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을 경우 특수학교 1개 이상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특수교육법은 제6조1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편의를 고려하여 특수교육기관을 지역별 및 장애영역별로 균형 있게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후단을 신설 "이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은 관할 구역 안에 특수교육대상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수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시·군·구에 특수학교를 1개 이상 설치·운영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법안 발의에는 김 의원을 포함해 30명의 의원이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설립 촉구 성명 등이 이어져 법안통과에 힘을 실리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특수학교 설립을 통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오영훈 의원(민주당) 등 42명이 발의한 결의안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계획한 특수학교가 차질 없이 신설돼 장애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앞서 민주당 노웅래·민병두·김영호·박 정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 68명이 이름을 올린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특수학교가 설립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도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계획대로 설립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도 동참했다.

유사시설 경험한 지역 반발 적어 = 정부도 범정부 차원에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주요과제이기도 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제1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특수학교 설립' 안건에 대해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를 필요한 만큼 지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를 호소한다"며 협조를 구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3일 국립특수학교인 우진학교를 방문해 "특수학교 설립은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제도보다 장애학생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은 '언제든지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여론이 최근 돌아선 것은 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교장은 "특수학교를 접해본 지역 주민들의 경우 유사 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면서 "이는 제도개선보다는 인식개선이 지역이기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곳곳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던 지난 1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서울효정학교는 큰 반발없이 개교했다. 주민들은 앞서 지역에 들어선 한빛맹학교를 통해 집값과 관련성이 낮고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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