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관급공사현장 불법체류자 고용 막겠다"

2017-11-17 11:09:59 게재

원청업체에 책임 묻는 방안 협의 중

난민신청 급증, 난민심판원 설립 필요

얼마전 태국인 20대 여성이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려다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단속에 적발되면 추방당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는 24만4000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노동자들이 차지하던 일자리를 빼앗고, 저임금구조를 유지시키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15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찾아 이에 대해 질의했다.
차규근(49) 본부장은 | 1992년 제34회 사법고시 합격(연수원 24기),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 소송자문변호인단, 2002년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 2003년 대한변호사협회 한센병소송지원변호단, 2006년~2011년 법무부 국적·난민과장, 2012년 법무법인 공존 대표 변호사, 2013년 법무부 난민위원회 위원, 2017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장병호 기자


■불법체류자가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 측면이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른바 3D업종에서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내국인이 오지를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 또 한편에서는 낮은 임금만 줘도 되니까 내국인 구인노력을 하지 않고 외국인을 쓰는 두가지 측면이 상존하는 것 같다.

■3D업종이라도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주면 내국인이 가지 않을까.

이 역시 두 측면이 있다. 얼마 전 마석가구단지를 찾아 한 신부님께 '임금을 많이 주면 내국인도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신부님이 이 업종은 돈을 많이 줘도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며칠 견디지 못한다고 하더라.

또 한편에서는 적정임금을 주고 살아남기 어려운 업종은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합리화나 고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은 생활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단속만으로는 불법체류자 근절에 한계가 있지 않나.

단속은 계속해야 하지만, 어떻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본부장으로 와서 단속은 계속하되 더 중점을 두는 것은 불법체류자를 조성하는 환경을 억제하고 최소화하는 그런 쪽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

일단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엄격히 하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

기본적으로 징역형이나 벌금형 대상이 되지만, 출입국관리법에 통고처분이란 제도가 있다. 위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통고처분을 해서 범칙금을 납부하면 그걸로 마무리 된다.

종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이 산업계 요구나 여러가지 경제 환경에서 온정주의적인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으면 불법체류를 막기 어렵다.

■불법체류자의 현황은 어떤가.

단속실적을 보면 제조업이 34%, 건설업 18%, 유흥업 12%, 음식업 8% 순이다.

■식당이나 건설현장 등 이미 십수년동안 불법체류자가 정착해 있는 현실에서 이들을 한꺼번에 근절하기는 어렵지 않나.

새정부 제1의 국정목표가 일자리 창출이다. 우선 내국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큰 부분부터 집중적으로 노력하려 한다. 건설업이 그곳이다. 불법체류자 단속 민원이 가장 많은 곳도 그곳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책은 어떤 것인지.

불법체류자를 고용해도 원청업체에 대한 책임을 묻지를 못하고, 이른바 '오야지'가 고용주로서 처벌받고 있다. 오야지만 처벌해서는 꼬리자르기다. 대법원 판례도 원청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고 있다. 특별한 법개정이 있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 반발하지 않겠나.

물론 법무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경제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만이라도 하청과 재하청에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부분은 없어져야 한다. 민간부분도 하청업체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게 확인되면 입찰참가제한 같은 제제를 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독일은 노동조합에서 외국인과 내국인 근로자 임금을 같게 해달라는 시위를 했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이유가 내국인보다 임금이 싸기 때문이니까 임금을 같게 하면 원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쓸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차별을 없애는 게 가장 근본적인 불법체류자 근절대책이다.

■외국인정책에 대한 국가의 기본 방향은 무엇인가.

인구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활동 가능인구를 확보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외국인을 적극 유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민 들어오면 내국인 일자리 잠식 때문에 반대하는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외국인력 문제를 법무부 단독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해야 하고 경제계나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 고려해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난민 신청도 크게 늘었다는데

1994년 난민제도가 시행된 후 13~14년동안 누적 난민신청자수가 1천명 규모였다. 하지만 현재는 누적 난민신청자수가 3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7500명이고, 올해만 1만명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난민 신청자가 생기고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는데, 종래의 사법·행정절차는 새로운 정책환경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난민신청을 하면 1차 결정을 하고 법무부 난민위원회에서 2차 결정을 하고, 또 불복하면 법원으로 가서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친다. 그러면 3~4년, 길게는 5년까지 걸린다. 그동안 난민신청자는 국내에 체류할 수 있어 이 때문에 난민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전통적 사법절차가 예상치 못한 난민신청 증가에 대처를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난민의 특성을 감안한 신속한 심판원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또 불복하는 경우에도 3심까지 가는 게 아니라 단심제나 2심제로 한다던지 사법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유인을 차단하고, 배려를 해줘야 하는 분은 신속하게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법·행정절차는 거주 외국인이 몇만명 될 때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200만명이다. 시스템을 바꿀 때가 됐다. 이러면 법원도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명칭 변경도 추진한다던데

지방사무소 명칭이 출입국관리사무소다. 실제 업무내용은 체류지원과 서비스가 주인데 명칭이 출입국사무소로 돼 있다 보니까, 체류관련 행정서비스가 원활히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 지방사무소 명칭을 출입국·외국인청이라든지 바꿔야 한다. 업무에 적합한 명칭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