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자산인플레 '불안한' 동거

2017-11-27 10:39:35 게재

SCMP "실물경제의 눈물과 한숨" 경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도 미국채 수익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인 존 윌리엄스는 이달 중순 해당 은행 주최한 콘퍼런스 연설에서 '다가올 경제침체와 그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이고 기타 금융자산의 가격도 오르는 상황에 다소 이례적인 경고로 들릴 수 있다.

최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00만달러(약 4890억원)에 낙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작품의 희소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돈찍기' 열풍이 만들어낸 자산가격 인플레이션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4억5000만달러라는 액수는 12조9600억달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 액수는 최근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미국 가계의 부채 총액(올해 9월 30일 기준 )이다.

일반적인 미국 노동자들은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지만, 벌이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이 유력하다. 내년에도 3~4차례의 금리인상이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나 JP모간 등 대형은행들은 내년 연준의 금리인상을 4차례로 예상한다. 금리결정 기구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차례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펴낸 '2018년 예상'보고서에서 현재 2.35%인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내년에는 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나 대형은행들의 예상처럼 금리가 오른다면, 대다수 일반인은 이자를 대기에도 빠듯할 것이다. 미국의 저축률은 3.1%로 주저앉았다. 2007년 12월 이래 최저치다. SCMP는 "수많은 미국의 가정들은 더이상 빚을 낼 수 없을 만큼 대출한도를 꽉 채웠다"며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라지만 임금인상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경우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윌리엄스 총재는 "역사는 말한다. 경기침체가 어느 순간 반드시 올 것이라는 점을. 따라서 폭풍이 닥치기 전 미리 계획을 세워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경고는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을 강조한다. 전 세계 주요선진국의 경제적 현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만약 다음번 경제침체가 닥쳤을 때 미국의 기준금리가 2~3%에 불과하다면,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제로 또는 마이너스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또 다시 끄집어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는 "침체기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5%포인트 정도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론적으로 명목금리가 0% 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제로금리제약'에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같은 상황은 미국채 금리곡선으로 되돌아가도록 만든다. 금리곡선이 평평해진 상황은 채권시장이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반영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미 실물경제가 그같은 금리인상에 대처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미국 가계가 12조96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 동안의 폭발적인 돈찍기와 저금리 부양 열풍으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더욱 부풀어오를 수 있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 게 최근 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다빈치의 '살파토르 문디'다. SCMP는 "결국 이는 미국 가계의 눈물과 한숨으로 귀결될 것이기에, 투자자들은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현재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상승세인 증시와 깜짝 놀랄 만한 거장의 작품 가격은 국채금리 낮은 수익률과 불안하게 공존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향후 불경기를 준비할 필요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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