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만큼 치솟는 가치 논쟁

2017-11-29 12:01:45 게재

'사기·거품' vs '미래통화'

금융·학계·당국 예의주시

11월 29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10,003.40달러. 비트코인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지난 1년간 1260% 올랐다. 전 세계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와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29일 금융과 정부, 학계, 기업 등 각 분야 주요 리더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를 모았다.

소시에테제네랄 부회장 세버린 카바네스는 이달 3일 "내가 보기에 오늘날 비트코인은 명백한 거품"이라고 말했다. 크레딧스위스 CEO인 티잔 티엄도 2일 "오늘날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유일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며 "이는 투기이자 거품이라는 매우 확실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골드만삭스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같은 날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폄하할 생각은 없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밸류파트너스 창립자인 빌 밀러는 지난달 30일 "비트코인 가치가 제로(0)로 폭락할 가능성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날이 지나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막대한 돈이 비트코인 시스템에 유입될수록,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익숙해지고 계속 구매할수록 폭락 가능성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버크셔해서웨이 CEO인 워런 버핏은 지난달 29일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상승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월가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치를 생산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진실로 거품"이라고 비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CEO인 브라이언 모이니헌은 지난달 26일 "익명성을 전제로 한 가상화폐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어야 테러나 불법활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

반면 페이발 공동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 사업자인 피터 틸은 지난달 26일 "비판자들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낮잡아 본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준비금'(reserve) 형태의 돈이다. 금과 같다. 가치의 저장소"라고 높게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비관론자다. 그는 10월 23일 "비트코인 따위의 가상통화를 신뢰하지 않는다. 언젠가 폭락할 것이다. 엔론사의 회계부정과 비슷하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규제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 어떤 중앙은행의 관리감독도 없다"고 비난했다.

UBS CEO인 세르지오 에르모티도 지난달 10일 "사람들을 보면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보다 의아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 크다.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그런 종류의 열풍에 거액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 창립자인 카일 배스는 다소 복잡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6일 "아직 어떻게 가치를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현재 디지털 골드러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잃을 것이다. 가상화폐 중 상당수는 사기"라며 "현재는 열광의 대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은 지속가능한 금융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억만장자 벤처캐피털 사업가인 마크 쿠번은 지난달 3일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를 뿐, 다른 건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적용가능성이 매우 큰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는 같은 날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자금세탁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폄하했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지난 9월 29일 "투기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통해 많은 거래를 할 수도, 쉽사리 쓸 수도 없다. 부의 저장 수단으로도 효과적이지 않다. 금과 달리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 CEO인 제임스 고먼은 지난 9월 27일 "비트코인은 단순한 열풍 이상의 것이다. 익명의 화폐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중앙은행 시스템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한 화폐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JP모간체이스 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 9월 12일 "사기다. 만약 우리 회사 트레이더가 비트코인을 거래한다면, 당장 그를 해고할 것이다. 회사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멍청하다. 또 위험하다"고 깎아내렸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창업자인 하워드 막스는 지난 9월 8일 "내 첫 결론은 비트코인이 왜 화폐가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돈을 거기에 집어넣고 싶지 않다. 투기적 거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CEO인 애비게일 존슨은 지난 5월 23일 "나는 비트코인을 믿는 사람이다. 거대 금융서비스 회사 출신자로서, 디지털화폐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은 몇 안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엇갈린 의견

미국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인 벤 버냉키는 지난달 17일 "비트코인은 불태환화폐를 대체하려는 시도이자, 규제와 정부 개입을 회피하려는 시도다. 나는 비트코인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지난 9월 29일 "몇년 전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용 컴퓨터가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태블릿PC가 값비싼 커피받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나는 가상통화를 폄하하는 건 현명치 않다고 생각한다. 금융기관이 변변찮고, 통화가치가 불안한 나라들은 비트코인의 쓰임새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인 비토르 콘스탄시오는 지난 9월 22일 "비트코인은 일종의 튤립이다. 투기 수단이다. 단 며칠 새 40~50% 급등락을 하는 어떤 물건에 대해 베팅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통화는 아니다. 우리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중앙은행 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도 지난 9월 14일 "중국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상화폐공개를 금지했다. 우리의 견해도 완벽히 일치한다. 어느 순간 붕괴할 수 있는 금융피라미드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는 지난해 8월 23일 "금융서비스 발전 과정이 정보의 기본 인프라인 중앙화된 원장(ledger)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으로 인한 극적인 변화는 현재의 금융서비스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영국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도 지난해 6월 16일 "분산원장 기술이 지급하고 결제하는 데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면, 그 자체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는 게 안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통화당국 이사인 라비 메논은 지난 2015년 6월 29일 "디지털화폐의 성공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를 비롯한 많은 중앙은행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만약 디지털화폐가 성공한다면, 중앙은행 자신이 언젠가 스스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계는 부정적 의견 우세

예일대 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지난 9월 5일 "현재 투기적 거품의 가장 적합한 사례는 바로 비트코인"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지난 2013년 12월 28일 "비트코인은 악마다. 비트코인에 대한 거의 모든 논의는 긍정 일색이다. 하지만 그같은 장점이 실제 효과를 낼까. 나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지난 1999년 6월 21일 "인터넷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거대 세력 중 하나다. 여기서 빠진 게 하나 있다. 하지만 곧 개발될 것이다. 바로 믿을 만한 전자화폐"라며 "인터넷 상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금을 전송하게 해주는 데다 자금 출처에 대한 기록도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반기업 CEO들은 가능성 주목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2014년 10월 2일 "거래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흥미롭다. 물리적으로 소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기존 화폐보다 훨씬 낫다. 고액 거래에서 기존 화폐는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항공, 미디어, 관광사업 등을 하는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지난 2014년 9월 10일 "비트코인은 잘 작동하는 통화다. 그보다 더 나은 다른 통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거대한 산업이 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일부는 잃는다. 변동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동성으로도 역시 돈을 번다"고 말했다.

알파벳 의장인 에릭 슈미트는 지난 2014년 3월 3일 "비트코인은 암호화화폐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디지털세계에서 복제할 수없는 어떤 것을 창출하는 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막대한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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