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춘순 국회 예산정책처장

"예산안 심사, 최소 35일 필요"

2017-12-14 11:34:42 게재

정부 제출 한달 당긴 반면 심사 열흘 짧아

재정준칙 필요, 선진국 사례 참고해야

"결산심사는 예산안심사의 처음과 끝"

김춘순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예산안 심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35일로 봤다. 상임위 심사를 제외하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일정만 고려한 것이다.

사진 이의종

김 처장은 "정부의 예산안 제출을 한 달 앞당겼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심사일정을 미루면 비판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결산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결산 심사가 예산안 심사의 마지막이면서 시작"이라며 "결산심사를 잘 해 예산편성과정에서 피드백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김 처장은 미국 독일의 예를 들며 "국가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선진국의) 나온 제도"라며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예산정책처는 조직개편을 통해 비용추계, 거시경제 전망 등을 강화했다. 김 처장은 "환경변화와 국회의원 지적을 모았다"면서 "양도 늘리고 전문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의무지출적 성격을 가진 예산비중이 50%를 넘어갔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만들려면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독일은 헌법에 두고 있고 미국도 예산자동삭감제가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국가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제도다. 제도연구를 미리 할 필요가 있다.

■ 올해 예산안 심사기간이 좀 짧았다는 얘기가 있다.

평년보다 열흘 정도 짧았다. 예결위 기준으로 35일 정도 필요하다. 정기국회 일정을 잡을 때 예결위의 필요한 심사기간을 미리 떼 놔야 한다. 여러 가지 정치 이슈가 복잡했던 것도 충분한 심사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정부 예산안 제출을 한 달 앞당겼는데 심사일정을 미루면 국민들이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상당부분이 교섭단체 지도부 협상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상임위 등 국회의 심사기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산 심사가 사업에 대한 심사를 넘어 국정전반에 대한 것도 있으므로 정당별로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사업은 상임위에서 결론내기 어려워 지도부에서 합의하게 되는 데 올해는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건 사실이다.

■올해 결산이 매우 늦게 처리됐다. 결산의 중요성이 간과된다는 느낌도 있다.

이런 지적은 계속돼 왔고 국회가 그런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결산안이 12월6일 예산안과 같이 의결됐다. 법적으로는 정기국회 전인 8월말까지는 처리해야 했다. 실질적인 심사는 6월부터 해왔고 7월과 8월에 상임위 예결위에서 결산심사를 마무리했다.

심사를 받은 부처가 시정 요구를 받고 실제 내년 예산안에 반영이 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결산 심사가 전혀 안된 것은 아니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 추계 논란으로)의결을 미뤄놨던 것뿐이다. 결산 심사는 예산안 심사의 마지막이면서 시작이다. 결산을 잘해서 예산편성과정에 피드백이 되도록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예정처가 재정과 관련해 많은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중점 방향은.

예전에는 예산 결산 분석위주의 보고서로 주로 양에 치우쳐 있었다. 예결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게 비용추계다. 새로 담당 조직을 만들고 추계 보고서도 발간한다. 비용추계제도를 인프라 차원에서 접근해 체계적으로 의원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거시경제와 관련한 부분도 강화했다. 경제분석국을 별도로 만들고 산업 고용 인구를 집중 분석하도록 부서를 신설했다. 기존 정기보고서 사이에 나오는 동향보고서를 많이 만들어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연중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원들이 요구하는 비용추계와 분석요구는 얼마나 되나.

비용추계건수는 처음 신설됐을 때보다는 50배가 늘었다. 연간 3500건이다. 국회의 입법권이 강화되기도 하고 국회법에 의해 비용추계업무를 예정처가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분석요구도 최근 지난 1~2년 사이에 두 배정도 증가했다. 새정부 출범하면서 공무원인건비 등 국정과제에 대한 추계업무가 늘어서 업무도 많아졌다.

■ 각종 법안이나 사업의 비용추계를 많이 하는데 유념해서 봐야 하는 대목은.

법안을 제출하려면 비용추계를 붙여야 한다. 비용추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전제와 가정이 다. 같은 법이라도 전제와 가정이 다를 수 있다. 이 전제와 가정은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다.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다.

조사분석 역시 의원들이 요구한 전제에 맞춰 제공하는데 이것이 공개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일부는 예정처 의견이라고 보도돼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좀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추계업무와 제공을 통해 여야간 공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려고 한다.

■ 국회미래연구원과의 업무 중복은 없나.

미래연구원은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같은 성격의 국회 기관이다. 미래연구원의 연구업무범위가 통일, 외교, 국제전략. 삶의 질의 향상, 지속가능 발전전략 등으로 큰 중복은 없을 것이다. 예정처는 재정에 집중해서 하는 것이고 미래연구원 연구과제는 재정과 거리를 두고 있다. 또 국회는 예정처외에도 입법조사처, 국회 사무처 등 소속기관이 있는데 가장 주의하는 것이 업무중복이기 때문에 중복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번에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은 무엇인가.

환경변화에 맞게 고쳐야 할 부분과 국회의 지적을 모아서 조직을 바꿨다. 조직개편안은 법률안 심사와 같은 방식으로 국회 운영위가 심의한 후 의결했다.

운영위가 만장일치로 추인해준 이유는 국회가 오랫동안 제기하고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것이 조직개편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복을 없애 비효율성을 제거했다. 같은 주제를 분석하면서 각 부서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했다. 협업을 강조한 것이다. 또 새로운 수요인 비용추계, 거시경제 전망에 주력하려고 한다. 138명 조직원을 더 늘리지 않고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크게 증가했다.

직원들은 힘이 들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여야 의원들로부터도 예정처 보고서의 전문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보고서의 양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지만 질은 더 향상됐다. 과거엔 보고서가 나간후 여야 의원이나 정부로부터 분석방식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았지만 올해는 한 건도 없었다.

김종필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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