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 우려되는 2018년 문체부 핵심 사업│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진상조사 제대로 못하고 마치나

2018-01-09 10:20:41 게재

조사위 활동 '야당 반대' … "직권조사 결과 앞으로 본격 발표"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국민주권의 촛불 민주주의 실현'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등을 국정전략으로 내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책임진다. 그런데 문체부의 핵심 사업 일부는 시작하기 전부터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되는 등 빛을 바랬다는 평이다. 내일신문은 해당 사업들의 중요성을 살핀다. <편집자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은 2016년 초록·샘플 지원사업 심사결과표를 임의로 조작했다. 제12차 사업에서 진흥원은 '차남들의 세계사' 등 3권의 책에 대해 원본 심사표에 표기돼 있던 '적격'을 '부적격'으로 바꾸었다. "수출 경쟁력이 낮아 샘플 번역 지원이 부적절함"이라는 문구까지 표기됐다.

 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파악된 사실이다. 이 외에도 진상조사위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앞으로도 진상조사위의 활동이 충실히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에서의 논란 끝에 이달 말까지 기본 활동 기간의 예산이 삭감됐을 뿐 아니라 연장을 위한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6개월의 활동을 기본으로 출범했으며 지난 5일 위원들의 의결을 거쳐 1차로 3개월 연장했다.

적폐청산 위한 핵심 기구 =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적폐 청산을 위한 핵심 기구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신학철 화백을 공동위원장으로 민간위원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까지 조사신청·실명제보·익명제보 등 175건의 접수를 받고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의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서의 블랙리스트 작동과 블랙리스트 명단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분야별 현장 토론회와 블랙리스트 방지 법제 연구를 진행하며 백서 발간까지 할 계획이다. 조사신청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익명·실명 제보는 계속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진사조사위 활동은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로도 뒷받침된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내세웠으며 세부 내용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2017년부터 문화행정의 혁신을 주도하는 민관협의체 설치·운영, 백서 발간,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추진'이라 돼 있다.

도 장관도 취임사에서 이를 가장 강조했다. "인간은 누구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검열받지 않을 권리,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예술인들도 그렇습니다. 블랙리스트는 직권남용이면서 형법위반입니다. 동시에 헌법위반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자유한국당 반대로 예산 줄어 = 진상조사위 활동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체부가 진상조사위 운영 예산으로 국회에 요청한 1억7600만원 중 2600만원이 삭감돼 1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더욱이 이 예산은 진상조사위가 이달 말까지 활동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이다.

진상조사위 등에 따르면 3개월 연장을 고려한 진상조사위 활동 적정예산으로 8억7800만원이 필요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해당 예산 관련, 1억7600만원을 전액 삭감하자는 안과 8억7800만원을 증액하자는 안, 18억7800만원을 증액하자는 안이 검토됐었다.

정우영 신동엽학회 회장은 "일부 정치권에서 '적폐청산'을 희화화시키려 하는데 이는 정의롭지 못했던 사실들을 밝혀내 바로잡으려고 하는 의지의 작업들"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에 계속 발목이 잡히고 있는데 블랙리스트 사태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어떤 의도로 무엇이 어떻게 관철됐었는지 명명백백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진실을 밝혀왔다"면서 "앞으로 직권조사 결과들이 본격적으로 발표될 예정인데 블랙리스트 사태를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축소 우려되는 2018년 문체부 핵심 사업'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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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쉼표 있는 삶' 확대 여전히 어렵다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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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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