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관리일원화, 국회가 발목 잡아서야

2018-01-29 10:42:40 게재
최영균 충남대 교수

지난 한해 동안 환경 분야에서도 미세먼지 종합대책 수립,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이어져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물 분야의 숙원과제인 '물관리일원화'가 국회 공전으로 해를 넘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물관리일원화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당시 예산안 통과와 맞물려 정부 조직개편에서 빠지고 말았다. 이후 수량, 수질 전문가들이 모인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에는 전국 순회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지역주민 학계 시민사회의 물관리일원화에 대한 공감대와 열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에서도 '물관리일원화 협의체'를 통해 관련 논의를 증폭시켜왔으나 5차 회의를 끝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후 다시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23일 발의되었으나 12월 임시국회에서도 7월과 같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말았다.

물산업의 새로운 가치창출 시급

혹자는 '물관리일원화'가 조직의 통합,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복되던 수질오염사고 대책마련의 일환으로 이미 1994년에 물관리일원화를 추진했던 사례가 있다. 일부 행정조직의 개편으로 이어졌던 당시의 물관리일원화를 통해 건설부의 상하수도국이 환경처로 이관되었으나 수자원국은 건설부 산하에 그대로 남게 된 것이 현재의 물관리일원화 주장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물관리일원화는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질오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수량-수질 통합 R&D를 통해 국가예산이 절감되고, 인공지능·드론 등 4차산업을 지향하는 차별화된 연구과제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로 이원화된 물산업 육성시스템 역시 통합, 재편될 것이다.

특히 그 혜택은 물산업에 힘을 쏟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관리일원화가 되면 2019년부터 가동되는 대구국가산단 내 물산업클러스터 운영에 있어 한국환경공단,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 입주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해지고 상하수도 분야와 더불어 수자원, 수생태계 등 물산업의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물산업의 전체적인 규모도 커지게 될 것이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가 확정된 기업은 20개에 이른다. 화학제품, 배관, 밸브, 수처리 기계·장치·공정 등 다양한 업역의 물산업 기업이 물산업클러스터에서 생산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물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시작하는 이러한 산업생태계와 더불어 기술개발 및 인적 네트워크 형성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일원화된 물관리 조직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물관리체계 혁신의 원년 맞이하길

물 관련 학계와 시민사회는 수량, 수질의 통합 관리가 가져올 효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물관리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지지부진한 논의가 물관리일원화를 현재의 상황까지 치닫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의 2월 처리를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용 수자원의 지역 편중 및 수질악화 문제는 통합물관리를 통해 해결될 수 있고 이 선상에 물관리일원화와 4차산업연계가 놓여 있다. 물관리일원화가 미뤄질수록 수량, 수질문제에 대한 대처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오는 2월, 여야 국회의원들의 책임 있는 결단으로 2018년이 '물관리체계 혁신의 원년'으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최영균 충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