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블록체인 활용 지급결제 테스트했다

2018-01-31 11:06:07 게재

1월 국가 공식 금융결제인프라에 신기술 첫 실험 … 테스트 사실 확인도 이번이 처음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이 1월에 금융기관간 지급결제인프라인 '한은금융망'에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테스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급결제망 활용가능성을 실제로 테스트해봤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가상통화 및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공동연구 TF'를 구성한 후 이 같은 테스트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자금이체는 한은 금융망을 통해서 하고 있다. 예컨대 시중은행과 시중은행간 거래도 한은 금융망을 통해서 한다"면서 "각각의 금융기관간 거래를 실제 거래와 비교하면서 가상으로 테스트를 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테스트의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결과를 구체적으로 점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 기술의 안정성이나 효용성에 대한 평가도 없다"며 "앞으로 점검 결과를 보고, 결과에 따라서 추가적인 테스트 등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 9일 금융결제국과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등 8개 부서가 참여해 '가상통화 및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공동연구 TF'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국가의 공식적인 금융결제인프라에 최근 가상통화 논란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봤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기술은 우수한 해키방어 능력 등으로 금융결제 시스템에 활용될 경우 기존 금융결제나 거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은은 금융기관의 자금이체 편의와 국외 결제시스템과의 연계성 제고 등을 위한 차세대 한은금융망 구축 사업을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서 블록체인 기술이 차세대 지급결제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은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은 금융망 등 지급결제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개선하겠다"면서 "블록체인기술의 지급결제인프라 적용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한편 '동전없는 사회' 시범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범정부 차원의 관계기관 합동 TF 등에 참여해 대응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겠다"며 "향후 가상통화가 확산될 경우 화폐제도 및 지급결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 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표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며 비이성적 과열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도 "가상화폐가 어떻게 진전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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